[길섶에서] 첫눈 무효/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첫눈 무효/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8-11-22 00:00
수정 2008-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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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서울 지방에 첫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비록 머리에 흰눈을 잔뜩 얹고 살기는 해도 첫눈 소식엔 옛날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하지만 내 시야에 눈송이는 보이지 않았다. 진눈깨비나 가는 빗발이 전부였다. 서울이 워낙 넓다 보니 흰눈을 맞은 이도, 나처럼 겪지 못한 이도 있었을 것이다.

주위에는 첫눈 오는 날 만나자던 사연을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상대는 작은 일로 다투고 냉각기를 갖기로 한 연인, 이제는 소식 끊어진 친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어떠했나. 첫눈 오는 날 재회하자는 약속대로, 화해할 마음으로 약속시간 약속장소에 나가 여러 시간 추위에 떤 연인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상대방은 첫눈 온다는 예보조차 모른 채 무심하게 보냈을 테고.

그래서 누군가는 그날 눈이 첫눈이었는지를 공인해야 한다. 자, 지난번 눈은 무효로 하자. 그리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다시 약속장소에 나가자. 그날도 못 만나면 다음 눈 오는 날에 나가고. 사랑은 어차피 기다림이다.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8-11-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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