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의 육필 원고를 받아든 순간 코끝이 찡했다. 눈에 익은 필체에서 넉넉한 마음 씀씀이와 감칠맛나는 글솜씨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계추가 그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쓰다만 원고지를 구기고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기를 얼마나 반복했던가. 나름 깔끔하게 정리해 넘긴 원고지가 그분의 펜을 거쳐 편집자에게 넘겨질 때 나는 보았다. 몇 글자 살아 남지 못한 의식의 처참한 잔해를.
소통이 화두다. 신참 외신기자가 브리핑장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당국자의 발언 내용을 척척 받아 적는 한국 기자들을 속기사로 오해했단다. 누구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문자판을 누르고, 사진을 찍는다.‘1인 미디어’시대라 할 만하다.
불통의 불화가 온 나라를 촛불의 그늘에 가둬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분의 원고엔 ‘소통’이라는 글자가 없어도 문자향은 마음을 넘나든다. 자판에 ‘소통’이라고 쳐보지만 메아리가 없다. 공허하기만 하다. 원고지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시대 부적응자의 헛된 상념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소통이 화두다. 신참 외신기자가 브리핑장에서 노트북 컴퓨터에 당국자의 발언 내용을 척척 받아 적는 한국 기자들을 속기사로 오해했단다. 누구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휴대전화 문자판을 누르고, 사진을 찍는다.‘1인 미디어’시대라 할 만하다.
불통의 불화가 온 나라를 촛불의 그늘에 가둬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분의 원고엔 ‘소통’이라는 글자가 없어도 문자향은 마음을 넘나든다. 자판에 ‘소통’이라고 쳐보지만 메아리가 없다. 공허하기만 하다. 원고지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는 시대 부적응자의 헛된 상념이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8-07-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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