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길이 캄캄해진다. 엊그제 서울시는 가로등을 절반쯤 끄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고유가 극복을 위한 공공부문 에너지 절감대책’을 마련했다. 시가 보유한 차량도 절반만 운행한다. 한마디로 불 끄고, 차 운행을 줄인다. 이를 통해 연간 총 69억원가량 에너지 비용을 절약한다. 유가가 1년새 갑절이나 뛰었으니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대책을 살펴볼 때 서울시의 에너지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쉽다. 갈등이나 충돌없이 당장 쉽게 할 수 있는 것들만 모은 게 아닌가 싶다. 수년 전 에너지조례를 제정하고, 작년에 ‘맑은 서울 특별대책’을 발표했던 그간의 태도에 비춰보면 이번 대책은 손색이 있다. 서울시는 도심진입 차량을 줄이는 게 에너지와 환경 모두에 절실하다고 강조해왔다.
서울시가 좀더 강력하게 에너지 절감을 위한 본질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을까. 석유 한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국내총생산(GNP) 대비 에너지소비량이 세계최고인 나라이다. 지방정부라고 에너지 문제에 뒷짐질 이유는 없다.
연말이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런 때에 서울시가 자신이 보유한 차량 153대의 절반을 운행중단하겠다는 것은 시늉일 뿐이다. 얼마전 도심 백화점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려다 반발이 일자 정책결정을 슬쩍 뒤로 미뤘다. 이런 부분을 매듭지어야 한다. 대중교통의 불편을 덜고, 서민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도심진입차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추진할 적기는 바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지금이다. 불 끄고, 서울시 차의 운행을 줄이는 것보다, 큰 볼일 없이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를 줄이는 게 서울시가 취해야 할 에너지 절감 대책의 핵심이다.
2008-06-21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