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촛불시위의 민주적 해법/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옴부즈맨 칼럼] 촛불시위의 민주적 해법/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08-06-10 00:00
수정 2008-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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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 등에서 한달 넘게 전개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우리 사회가 디디고 서있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는 듯하다. 촛불시위는 어디까지나 정치권력에 의해 민의를 무시당한 시민들의 정당하고 민주적인 표현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촛불시위는 작을수록, 짧을수록, 없을수록 더욱 민주적이라는 역설을 가지고 있다. 시위가 많이, 자주 발생하는 사회를 어찌 안정된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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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이번 촛불시위의 해결책은 어쩌면 매우 간단하다. 우선은 촛불시위의 민주성을 인정하고, 둘째는 시위를 촉발시킨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의 비민주성을 제거함으로써 촛불을 다스리는 것이다. 문제는 집권세력과 시장지배적인 언론이 반대로 갔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비민주성은 고치지 않고 촛불시위를 좌파세력, 배후세력의 비민주적인 행태로 몰아대며 오히려 촛불을 번지게 했다.

장기간 대규모로 지속되고 있는 촛불시위는 궁극적으로 정치권력과 시민들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는, 수준 낮은 민주주의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특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치권력과 시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언론의 비민주성은 심각하다 못해 고질적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요즘의 촛불시위는 이슈의 성격은 다르지만, 시민의 문제가 정치권력에 의해 무시되고, 국회에서 반영되지 않고 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폄하될 때 시민들이 주도하는 ‘거리의 정치’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촛불시위는 단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광우병에 걸릴 확률, 무역협상 등 정책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권력이 시민을 무시하면서 발생한 민주주의의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부자내각’ 구성과정에서 보여준 시민 소외현상을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서도 연장해서 보여줬다.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시민을 무시한 정치권력을 두둔하고 오히려 시민들을 공격했다. 정치권력과 정파적 언론에 의한 시민 무시 행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쇠고기 문제는 시민들의 생활세계와 직결되는 폭발력이 강한 이슈였기 때문이다.

생활세계 이슈의 함정에 빠진 정부와 보수언론은 촛불시위의 진화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대통령 담화나 정부의 대책들은 민심을 읽어내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편파 왜곡 보도를 했던 언론들은 슬그머니 촛불시위를 편드는 보도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은 둘 다 이미 신뢰와 지지 하락의 고초를 겪고 있다. 문제는 촛불 시위가 정부와 언론의 구조상의 비민주적 문제점을 드러낸 만큼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의 재협상도 국내 민주주의의 대가로 치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신문은 6월5일 9면,‘e카페 시민운동 새장 열었다’,6월6일자 11면 ‘촛불지킨 UCC의 힘’ 등을 통해 촛불집회의 디지털 민주주의 성격에 대한 기사를 쓰고,6월3일 사설 ‘성난 민심 가라앉힐 쇄신책 나와야’,6월4일 10면,‘정부대책도 성난 촛불 못 막았다‘,6월7일 이목희 부국장의 칼럼 ‘인적쇄신, 콘텐츠가 중요하다’ 등을 통해 재협상과 정치적 리더십의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무역협상과 광우병과 같은 전문분야를 심층적으로 다룸으로써 공정성을 확보한다든지, 또는 실책을 잇달아 내놓는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분석하는 등의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이다. 아무쪼록 촛불 시위자들이 거리 정치에서 제기한 민주주주의 문제가 이제는 정부와 언론의 토론장에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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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8-06-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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