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농암장실 뒤뜰에
팥배나무꽃 피었습니다
길 가다가 돌부리를 걷어찬 듯
화안하게 피었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몇백년이나 걸렸는지 모르지만
햇살이 부처님 아랫도리까지 못살게 구는 절 마당에서
아예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
지나가는 바람에도
제 속을 다 내보일 때마다
이파리들이 온몸으로 가려주었습니다
그 오래된 사랑을
절 기둥에 기대어
눈이 시리도록 바라봐주었습니다
2008-05-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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