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윤기없는 일상/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윤기없는 일상/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8-04-18 00:00
수정 2008-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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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퇴근길이다. 화들짝 놀라 버스에서 뛰어내렸다. 졸다 집앞을 지나칠 뻔했다. 황망해하던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웃지 않았을까. 달빛이 뒤를 따른다. 달빛은 2층 넓은 창을 따라 들어와 윤기없는 그림자를 만든다.LP판 꽂이에서 드뷔시의 ‘달빛’을 찾았다. 느릿한 피아노가 편안하다.

왜 하필 그였을까. 얼마 전 만났던 친구가 떠올랐다. 공무원이다. 커리어에 비해 ‘벼슬’은 별로다.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처를 옮기다 보니, 승진이 늦었단다. 부처를 옮긴 게 실수였다고 했다. 팔자려니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삶이 덧없는 꿈인데 좋은 자리를 누린들 얼마 동안이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거들었다.‘그래 맞다.’ 맞장구를 치다 졸음에서 깨어났다. 드뷔시의 ‘달빛’은 사라지고 없었다. 오디오의 턴테이블에선 지지직 잡음이 이어진다. 윤기없는 일상의 되돌이음처럼 들린다. 가까이서 들어도 아득하고 아득한 데서 들어도 가까운 것 같다. 자갈밭의 수레소리 같은 환청이 귓가를 맴돈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08-04-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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