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와 정읍에서 최근 잇따라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데 이어 순창의 오리 농가에서도 집단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하느라 허둥대고 있다. 방역당국은 더 늦기 전에 추가 확산을 막아 축산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AI는 전염속도가 빠르고 일단 발병한 가금류의 폐사율도 높아 이를 식용하는 국민들의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설마하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도록 한 당국의 안이한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전북 김제에서 수천마리의 닭이 폐사했다는 신고를 받은 다음날 의사들이 AI임을 확인했는데도 정작 방역당국은 “AI 발생 시기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더욱이 정부가 ‘특별 방역기간’을 지난 2월말 해제한 것도 성급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를 믿은 전북도가 AI를 옮길 수 있는 겨울 철새들이 기후 변화로 남아 있는데도 방역에서 손을 뗐다고 하지 않는가.
방역 당국간 손발이 맞지 않은 대응 체계는 더 큰 문제다. 발병지역과 인근의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을 시작했으나, 당국의 감독·관리 기능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 정읍의 오리농장의 수송차량이 발령된 주의경보를 비웃듯 전남북 지역 13곳의 가금류 농장을 출입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급기야 며칠 전 한 농장주가 오리 수천마리를 전남 나주의 도축장으로 몰래 반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수년간 AI로 홍역을 치른 일은 한두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장 대처와 때늦은 대량 살처분으로 소비자 불안심리만 증폭시키는 패턴이 되풀이되고 있다면 한심한 일이다. 당국은 이번 AI 확산방지에 힘을 쏟는 것은 물론 차제에 종합적이고 정교한 AI 대응 매뉴얼을 수립해야 한다.
2008-04-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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