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1호’ 숭례문이 4800만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타 처참한 모습으로 변한 지 닷새째 접어들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600여년 역사를 지켜온 숭례문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국민들은 상실감과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이 어제 방화범 채모씨에 대해 문화재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정작 숭례문의 관리 부실과 화재발생부터 전소에 이르기까지 원인과 책임소재 등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중구청, 소방 방재청의 책임 공방이 계속되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 문화재청과 서울시, 인수위 등이 잇따라 숭례문의 복원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처사로 보인다. 서둘러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되살려 놓음으로써 국민들의 눈을 속이고, 숭례문 전소의 역사적 책임을 얼렁뚱땅 덮어버리겠다는 것인가. 저의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국민의 소중한 보물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는 그 자리에 15m 높이의 가림막을 서둘러 설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빨리 잊어버리게 만들려는 감추기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복원은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시간을 다툴 문제는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는 이런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밝히고, 문화재 보존정책부터 관리·방재 체계까지 실태를 낱낱이 파악해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에 복원을 해도 늦지 않다. 그래야만 “숭례문을 잃었지만, 값진 교훈을 얻었다.”고 후세에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2008-0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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