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어 능력/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어 능력/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8-01-31 00:00
수정 2008-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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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몰입 교육’ 등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내놓은 영어공교육 강화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학교 영어교육을 확 뜯어 고쳐 사교육 시장에 가 있는 영어수요를 공교육으로 다시 끌어온다는 것이 새 정부의 구상이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4조원을 들여 교원확충, 교육과정, 교육환경 등 영어 공교육 여건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획이 학생들이 과도하게 영어습득에 매달리게 만들면서 사교육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교육을 파행으로 내몰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어는 물론 수학, 사회, 과학 등 일반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 교육에 대해서는 특히 회의적이다.

영어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사회에서 영어 의사소통이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지도 오래다. 영어가 소통 수단이 아니라 생존 수단이 되면서 영어를 중시하는 풍조가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새 정부의 영어공교육 정책으로 인해 영어광풍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영어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심해질수록 국어경시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때마침 국립국어원이 국민의 국어능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래어와 외국어의 유입과 범람이 심해지면서 국민의 국어능력이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사는 문맹여부를 비롯해 문서 해석능력 정도를 측정하게 된다. 저마다 영어 교육은 강조하면서 국어 능력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있는 현실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이상규 국립국어원장은 어제 한 인터뷰에서 “한글은 보이지 않는 국가발전의 에너지”라며 “모국어를 잃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훼손시키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국어는 외국어 교육의 기본이 되고, 모든 사고를 구성하는 근간이 된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의 독자성을 지킬 수 있는 소중한 무형의 자산이다. 영어 공교육 개혁안을 둘러싼 논쟁이 우리 말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01-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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