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안 성금조차 금고에서 잠잤다니

[사설] 태안 성금조차 금고에서 잠잤다니

입력 2008-01-21 00:00
수정 2008-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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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에서 횟집을 하는 주민이 자살 시도 하루만인 19일 숨졌다. 지난 15일에는 맨손어업을 해온 주민이, 그 닷새 전에는 굴 양식을 하던 노인이 자살했다. 원유 유출에 따른 바다 오염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이다. 바다에 의존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이들이 오죽하면 목숨까지 버렸겠는가. 태안의 통곡과 눈물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것인가. 살아갈 일이 막막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줘야 할 지방자치단체는 보상기준을 세웁네, 대상자를 선정합네 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애꿎은 주민들만 속을 끓이며 절망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6개 시·군 주민에 대한 긴급 생계지원비 300억원을 충남도로 보낸 것은 사고 1주일만인 지난달 13일이었다. 국민도 해안의 기름을 닦으며 300억원이나 되는 성금을 모아 지자체에 보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민들 가운데 생계지원비는커녕 성금 한푼 받았다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공무원들 입장에선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따지는 일이 중요할지 모른다.6개 시·군은 지원비와 성금을 더 가져야 한다고 배분 비율을 놓고 다투기까지 했다.

지자체와 공무원들이 책상에서 한가롭게 주판알을 튕기며 직무유기를 하는 동안 600억원이 금고에서 잠잤다. 한 가구에 돌아갈 몫이 200만원이라고 한다. 주민들에겐 당장 요긴하게 쓰일 돈이다. 뒤늦게 충남도가 시·군에 돈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지급 대상자 선정에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걱정이다. 생존 차원의 지원인 만큼 일정액을 주민에게 일괄지급한 뒤 피해를 정밀히 따져 추가로 지원하는 게 현실적이다. 보상 협의도 1995년 씨프린스 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책임소재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사고 당사자인 삼성중공업 등도 주민들의 고통을 더는 일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08-01-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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