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심각한 지방경제/김상연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심각한 지방경제/김상연 정치부 기자

입력 2007-12-27 00:00
수정 200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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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했다.

식당 안엔 기자와 50대 주인 둘뿐이었다. 적막했다. 후루룩, 쩝쩝, 꿀꺽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소음이 고스란히 남의 귀에 전달되는 사태가 난감했다. 한창 점심시간에 손님 없는 식당에서 독상을 받는 일은 고역이었다.“4∼5년 전부터 안 좋아진 경기가 요즘엔 부쩍 더 심해졌다.”고 주인은 말했다. 원망을 넘어 체념이 묻어났다. 밥값으로 5000원짜리를 내미는 손이 미안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였다.

안타까웠다.

벌써 30분 넘게 얘기를 나누는 동안 풀빵을 집어 드는 행인은 한 사람도 없었다. 수북이 쌓인 풀빵이 식을까 기자의 마음이 더 타들어 갔다.“오늘이 여기 장날인데….”라고 풀빵장수는 말했다. 마침 인근 식당에서 그에게 찌개백반이 배달돼 왔다. 먹을 걸 팔지도 못하면서 먹을 걸 구매해야 하는 사태가 난감했다. 진영읍 중앙로에서였다.

숨이 찼다.

엘리베이터에 길들여진 다리로 3층 건물 ‘등반’은 너무 힘들었다. 부산의 복덕방들은 ‘고층’에 있었다. 임대료가 싸서라고 했다. 손님이 드나들기 편하도록 1층 목 좋은 곳을 차지한 수도권의 복덕방은 그에 비하면 호사였다. 덩그런 사무실에는 주인 혼자였다. 갑자기 숨을 헐떡이며 들이닥친 기자를 괴한 보듯 경계하는 주인에게 자기 소개를 하는 일은 난감했다.“경기가 안 좋아지니까 부산에서 사람들이 자꾸 떠난다.”고 주인은 말했다. 사상구 괘법동에서였다.

민망하고 안타깝고 숨이 찬 현실 앞에서 기자는 대선이니, 총선이니 하는 정치적 ‘고담’(高談)을 떠들어대기가 난감했다. 지난 24일 직접 체감한 지방 경제의 열악함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서울은 호황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금준미주(金樽美酒)와 옥반가효(玉盤佳肴)를 즐기다가 선거철이면 잠깐 내려와 카메라 앞에서 ‘민생’을 연출하는 그들은 이런 현실을 알까. 아마도 모를 것이다.

김상연 정치부 기자 carlos@seoul.co.kr
2007-12-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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