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사형폐지국/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형폐지국/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입력 2007-12-26 00:00
수정 2007-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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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뒤인 30일. 한국이 ‘사실상의 사형폐지 국가’가 되는 날이다. 법률에 사형제를 두더라도 집행이 10년간 없으면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인정한다. 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는 사형폐지국 인증까지 남은 시간을 또렷하게 알리고 있다. 이 땅에서 사형이 마지막으로 집행된 1997년 12월30일 23명에 대한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법무부는 형 집행을 하면서 “정부의 법집행 의지를 표명하고 사회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은 장기 미집행 사형수가 너무 늘어나 수용부담이 컸던 게 배경에 있었다. 밀어내기식 사형 집행이었던 셈이다.

김영삼(YS) 정권의 임기말 사형 집행은 뜻밖이었다. 더욱이 문민정부는 사형집행 며칠 전 국정 비리에 연루된 전두환·노태우씨를 성탄절 특사로 풀어줬다. 인권단체들의 반발이 컸던 것은 물론이요,YS에게도 두고두고 오점을 남겼다. 규모로 볼 때 97년 사형집행은 이승만 정권 시절인 54년 68명, 박정희 정권 때인 76년 27명에 이어 전두환 정권 집권 초기인 82년과 같았다. 문민정부는 “앞으로도 오래 끌지 않고 차례차례 사형 집행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남은 36명의 사형수들을 긴장시켰지만 국민의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사형은 단 한차례도 집행되지 않았다. 이날 현재 사형수는 64명이다.

사형제가 없는 나라는 90개국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앙골라·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가 들어 있다. 전시를 빼고는 사형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 11개국, 사실상의 사형폐지국 32개국까지 더하면 지구상에서 사형폐지국은 133개국이다. 반면 사형제가 있는 국가는 64개국이다. 추세로 보면 사형 폐지가 대세이며, 사형을 폐지한 나라들에선 캐나다처럼 폐지 전보다 살인이 줄어든 경우도 적지 않다.

17대 대선에 나온 후보 대부분은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다. 유력후보 중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만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의 인권 수준을 감안할 때가 왔다. 보수진영의 찬성만 있으면 18대 국회에서 사형폐지는 가능하다. 국제사회의 흐름을 좇는 이 당선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12-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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