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종 워커힐 사장
10여년 전 미국에서 의류 사업을 하던 시절에도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의류 사업부 산하에서 근무하던 60세가량의 한 직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전국에 약 20명 정도의 세일즈랩을 지휘, 관리하며 거래처와의 관계를 통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기술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었다. 당시 우리는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의류쇼에 참가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는 항상 판매 실적을 최고로 올리며 늘 신이 나 있는 것이다.
하루는 내가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느냐.”고 물었더니 “세일즈맨은 항상 신바람 나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 고객이 물건을 산다.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세일즈맨의 자격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문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한 분야에 수년간 근무를 했다고 다 전문가가 되는 게 아니다. 단지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경험가로 분류되는데, 경험가는 진정한 의미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반면 전문가는 단순히 경험과 지식을 보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단한 시도와 실행, 반성을 통해 오랜 경험을 자기만의 살아있는 지식으로 진화시켜 나가는 사람이다.
과연 우리는 경험가인지 전문가인지를 스스로 반성해보면, 이제부터 경험을 자랑할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딱 한가지만 들라고 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어찌 보면 긍정적인 사고라는 말이 너무 평이하고 교과서 같은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수십 년 비즈니스를 해오면서 그 중요성을 깨닫고 또 깨달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는 어려운 난관에 부딪혔을 때 포기하지 않고 극복해나감은 물론,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나가는 힘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면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기 위한 환경을 만들려고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원들이 스스로 열정을 갖고 경험을 새롭게 지식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
워커힐의 경우도 몇년 전부터 사내 직원을 각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행해오고 있다. 특히 와인 마스터 코스의 경우, 소믈리에를 뽑는 각종 대회에서 1,2위를 수상하는 쟁쟁한 전문가들을 배출해올 수 있었다.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미래를 책임져나갈 수많은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 스스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해(丁亥)년이 저물어가고 무자(戊子)년이 다가오는 요즘 곳곳에서 송년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송년회는 새해에는 진정한 전문가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는 뜻 깊은 자리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유용종 워커힐 사장
2007-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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