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선거와 종교/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선거와 종교/구본영 논설위원

구본영 기자
입력 2007-12-11 00:00
수정 2007-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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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뤘던 ‘추억의 명화’다. 록 허드슨,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임스 딘 등이 열연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에서 백인 대목장주인 주인공은 처음엔 부인에게 멕시코계 인부들과 말조차 못 건네게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외아들과 결혼한 멕시칸 며느리와 혼혈 손자를 식당에서 내쫓으려는 백인 주방장과 난투극까지 벌인다.

미국은 다인종·다문화 국가다.‘멜팅 포트’(melting pot·용광로)란 말처럼 인종·종교 등에 따른 차별을 없애려는 제도를 끊임없이 강구해 왔다. 그러나 자이언트의 한 장면과 같은 명시적 차별은 없을지 모르나, 보이지 않는 차별까지 사라졌다고 본다면 오산일 게다. 이른바 와스프(WASP)가 여전히 사회의 주류라는 뜻이다.WASP는 백인(White), 영국계(Anglo-Saxon), 개신교도(Protestant)를 가리키는 조어다.

가톨릭이었던 존 F 케네디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은 대체로 ‘와스프 남자’였다는 미국사회의 ‘전통’이 깨질 것인가.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민주당 두 유력 후보 중 힐러리 클린턴은 여성이고, 버락 오바마는 흑인이다. 영화 자이언트에서 차별받았던 히스패닉(중남미 출신)계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출사표를 올렸다. 출마를 저울질 중인 ‘장외 우량주’ 마이클 블룸버그는 유대인이다.

하지만, 이번 미 대선에서 종교의 벽은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침례교 목사 출신의 마이크 허커비 공화당 후보의 돌풍이 그 전조다. 그는 최근 전국여론조사에서 유력후보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미트 롬니 후보를 앞질렀다. 지난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지지했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가톨릭인 줄리아니나 모르몬교도인 롬니 대신 그를 밀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미 언론들은 “대선이 ‘성전’(聖戰·Holy War)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뉴스위크),“신앙의 자유의 위기”(뉴욕타임스)라는 등 일제히 우려했다. 올해 우리 대선에서도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후보들이 격전을 치르고 있다. 지역주의가 다소 약화된 데다 아직 ‘종교전쟁’ 조짐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12-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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