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순애보2/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순애보2/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7-12-03 00:00
수정 2007-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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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순애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이때 쓰려다가 너무 개인적인 것 같아 빼놓은 이야기가 있다. 친구 어머니의 이야기다. 올해 94세인 그분은 최근까지 머리를 쪽 찌고 사셨다고 한다. 딸들이, 요즘 할머니들은 다 머리 커트하고 파마한다며 아무리 머리를 자르라고 권해도, 당신께서는 한사코 쪽 찐 머리를 고집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이 행여 꿈에라도 찾아왔을 때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남편이 자식 여덟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지 40년. 자신은 한시도 남편을 잊은 적이 없지만 그 사이 머리는 하얗게 세고, 얼굴에는 조글조글 주름이 한가득이 됐다. 이렇게 변한 당신 모습이 못 미더웠을 것이다. 그러다 결국 머리를 자르셨다. 병고와 싸우느라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다 보니 더 이상 긴 머리를 간수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딸들은 “쪽 찐 사진을 항상 옆에 놓아줄 테니 걱정마시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친구 어머니께서는 며칠 전 먼길을 떠나셨다. 그리도 그리워하던 남편 곁으로.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7-12-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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