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솔직함의 효력에는 한계가 없다/유용종 워커힐 사장

[CEO칼럼] 솔직함의 효력에는 한계가 없다/유용종 워커힐 사장

입력 2007-11-05 00:00
수정 200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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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내가 상사맨으로 중남미의 멕시코 지사에서 근무할 당시의 이야기다. 본사에서 출장을 오신 사장님을 모시고 휴일날 잠시 짬을 내어 시내에 있는 인류 박물관을 찾았다. 사장님께서 자꾸 멕시코의 역사에 대해 물으셔서 곤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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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종 워커힐 사장
유용종 워커힐 사장
지금은 좀 다르겠지만, 당시에는 매월 실적을 챙기기 바쁜 탓에 정작 그 나라의 문화에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대충 상식으로 대답해드리다가 어느 순간 ‘잘못하면 내 신용에 문제가 생기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결국 “일상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이곳은 처음입니다.”라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더니 사장님도 더 이상 묻지 않으셨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면서도, 솔직함은 항상 용서가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단지 솔직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매우 소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상사의 생각이 부하 직원들의 해석 차이로 잘못 전달된 탓에 기업의 경쟁력까지 저하된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사의 말이 이해가 안 되었을 때 솔직하게 다시 물어보는 용기와 지혜를 가진 직원이 의외로 적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대신 눈치만 보면서 에둘러 말하거나 자기 나름대로 추측해서 일하는 것을 조직 내 가장 파괴적인 행위로 간주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영의 귀재로 불리는 잭 웰치 GE 전 회장이다. 그는 저서 ‘승자의 조건’에서 “비즈니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거짓과의 싸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솔직하면 대화는 훨씬 더 생산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고경영자가 된 후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를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실행했다.

워커힐 역시 구성원들이 자신이나 조직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색다른 시도를 해오고 있다. 과거 경영실적 관련 회의는 통상 엄숙하게 진행됐고, 특히 실적이 부진한 달에는 무거운 침묵마저 감돌기 마련이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솔직한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 몇 해 전부터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솔직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더의 솔선수범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리더가 먼저 솔직해져야만 구성원들도 솔직해지고, 그 결과 투명한 조직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애매모호한 말들로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대신 의도하는 바를 솔직하게 전달한다면 구성원들의 업무실행력은 더욱 높아지고 조직의 경쟁력도 그만큼 향상될 것이다.

또한 솔직함은 조직뿐 아니라 개인을 행복에 이르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 ‘배려’의 저자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위해 솔직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솔직해야 마음에 거리낌이 없이 편안해지고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일 게다. 단 솔직함을 삶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자기 노력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두 달 남은 올 한해를 돌아보며 혹시 솔직하지 못했던 일들, 조금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다면 속시원히 이야기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면 어떨까. 틀림없이 좀 더 행복한 새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유용종 워커힐 사장
2007-11-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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