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거미/최종찬 국제부 차장

[길섶에서] 거미/최종찬 국제부 차장

입력 2007-09-04 00:00
수정 2007-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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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실내 유리문 밖으로 작은 거미 한마리가 보였다. 풍경화 속 주인공처럼 미동도 않고 엘리베이터를 따라 내려가고 있다.

추락하는 거미를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걱정이 생긴다. 수직운동을 반복하다 거미줄이 끊기면 천길만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질 텐데. 손을 유리문에 대보기도 하고 두드려 보기도 하며 거미와 눈을 맞추려 했지만 유리문의 방어벽은 의외로 견고했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이 거미는 하루에도 수백번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를 오르내렸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생면부지의 군상들의 천태만상도 구경했을 것이다. 더러는 미소를 짓고 더러는 눈살을 찌푸렸을 것이다.

저녁 퇴근길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니 거미는 여전히 아침의 그 모습 그대로 매달려 있다. 어떤 환경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거미. 거미의 생존 본능은 인간보다 한 수 위인 것 같다. 작은 것이 더 강하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그런 놈이다.

최종찬 국제부 차장 siinjc@seoul.co.kr

2007-09-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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