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명예 퇴직자에게도 직원과 같은 수준의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혜택을 주는 제도를 뒀다고 한다. 지난 1월 열린 이사회에서 3년간 재직 직원과 비슷한 처우를 보장하는 안건을 통과해 시행한 것이다.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명예퇴직 유인책으로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방만한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마사회의 이런 명퇴 혜택에도 불구하고 고작 2명이 퇴직했다고 한다.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세간의 부러움을 받는 마사회 같은 공기업에서 명예퇴직이 쏟아질 리 없다.
마사회는 수익이 줄어드는데도 경영은 방만하기 이를 데 없는 공기업이다. 오죽하면 ‘채찍 없는 마사회’라고 불리겠는가. 마사회는 2002년 3821억원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1074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익이 전년 대비 23.6%나 줄었는데도 명예퇴직을 명분으로 음성적인 혜택을 얹어주는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공공기관 경영실태 분석에서도 2000년에 비해 2005년 매출은 2조 4966억원 줄었는데도 경상비는 900억원 늘었다. 헤픈 씀씀이를 줄일 생각은 하지 않으면서 경영 개선을 위해 세율을 낮춰달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흥청망청 챙겨주는 악습은 일부 개선됐지만 내 돈이 아니니 쓰고 보자는 관행은 곳곳에 남아 있는 게 마사회를 비롯한 공기업이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올해 만들어져 건전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생겼다. 그렇지만 상급기관이 감독을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법과 제도를 고쳐도 사후약방문에 불과할 것이다.
2007-08-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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