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김승연 한화회장 보복폭행 수사와 관련해서 자신의 퇴진을 주장한 황운하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총경)을 중징계하도록 직접 요구했다고 한다. 황 총경에게 통보한 징계사유는 ‘복무규율위반’이라는 것이다. 청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글을 썼으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청장을 비난·악평했고, 지휘권 약화와 지휘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으며, 그 결과 경찰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게 중징계 요구의 취지로 알려졌다.
이 청장은 김 회장 사건과 관련해서 고교동창인 유시왕 한화고문과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런 사실이 확인되기에 앞서 이 청장은 국회에서 “통화한 적 없다.”며 거짓말을 했다. 그래서 이 청장의 은폐·외압설이 불거지고, 그 과정에서 일선 경찰관들의 책임추궁이 잇따랐던 것이다. 당시 우리는 조직 속성상 일선 경찰관들의 퇴진 요구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청장의 허위 증언이 드러난 이상 도덕적 치명상을 지적하며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청장은 청와대의 지원과 검찰의 면죄부로 자리를 지켰다. 지난달에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내부 비판문화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런데 사건이 잠잠해지면서 징계에 나서니 ‘보복성’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부하들이 입도 뻥끗 못하게 권위와 계급으로 막는다면 이야말로 속좁은 처사 아닌가. 더구나 황 총경 징계를 위해 그간 유명무실했던 시민감사위원회까지 동원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2007-08-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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