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분석·비판한 정부 보고서의 변조 파문은 대선 정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정부가 특정 대선주자의 공약을 해부하는 자료를 만드는 게 선거법상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 이를 의도적으로 재가공해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소재로 삼았다면 더 큰 문제다. 특히 변조·재가공의 주체가 오리무중이라면 정치공작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그제 국회 건교위에서 언론을 통해 유포된 37쪽짜리 대운하 보고서는 정부 태스크포스팀에서 만든 보고서가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 보고서는 9쪽이며, 공개된 37쪽 보고서에 일부 인용되긴 했지만 대운하의 노선 길이·사업비 등 내용과 글자체가 상당히 다르다고 했다.37쪽 보고서에는 대통령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VIP’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MB(이명박)측 동향’ 등 정치용어가 섞여 있었다. 정략적 목적으로 보고서를 가공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 장관 스스로도 “누군가 의도를 갖고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은 노무현 대통령이 파문의 정점에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대운하의 타당성을 거론한 뒤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보고서를 생산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의혹의 눈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청와대는 변조 의혹이 일자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토록 건교부에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자체조사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 역시 진상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뒤엉킨 정치공작의 실체를 규명하지 않고서는 대선판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관위가 정부의 대운하 보고서 작성과정을 조사하고 있으나 변조 의혹까지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전 시장측은 국회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검찰이 나서 빠른 시일안에 진상을 파헤침으로써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2007-06-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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