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공간] 환경보건법 단상/박정임 KEI 책임연구원

[녹색공간] 환경보건법 단상/박정임 KEI 책임연구원

입력 2007-06-04 00:00
수정 2007-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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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일이 하나 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밝히는 일이 그것이다. 수은, 납과 같은 중금속이나 다이옥신 같은 환경오염물질이 우리 몸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환경오염이 초래하는 건강피해를 밝히기는 어렵다니, 선뜻 납득이 안 된다. 물론 실험실에서 생쥐에게 다량의 유해물질을 투여하고 결과를 관찰하는 독성실험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환경 중에서 독성물질은 보통 아주 낮게 존재하며 우리 몸에 서서히 오랫동안 노출된다. 그래서 건강피해가 눈으로 뚜렷이 나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설사 질병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워낙 낮은 농도에서 오랫동안 벌어진 일이라 정확히 원인을 짚어 내기도 쉽지 않다.

작년 봄부터 정부는 폐금속광산 인근주민의 건강영향을 밝히기 위해 전국 6개 광산지역에서 약 12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는데 재미있다. 이것만 보면 폐금속광산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건강검진 등 결과를 살펴보면 폐금속광산으로 인한 건강영향은 발견되지 않았다. 혈액 및 소변에서 측정한 중금속도 모두 외국의 권고치 이내였고, 비교지역보다 특별히 농도가 높은 경우도 많지 않았다. 폐광산들이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사대상 폐광들은 건강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었다.

폐광산 인근 주민들은 정말 괜찮은 것일까? 건강피해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건강피해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우리 몸은 상당히 튼튼해서 웬만큼 나빠지기 전까지는 증상을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둔감한’ 건강피해를 잣대로 환경문제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물이나 흙이 상당히 많이 오염되었는데도 건강피해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해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구리광산 인근 주민의 카드뮴 중독 조사사건이 좋은 예다. 광산지역의 농수산물이나 토양은 근처의 비교지역보다 오염도가 높았지만 임상적인 건강영향은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건강영향과는 별개다.

많은 돈을 들여 환경오염을 막고 잘 관리하는 이유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쾌적한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취지에서 최근 만들어진 법이 ‘환경보건법’이다. 지난달 15일 입법예고되었고, 오늘까지 법안 제정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환경관리의 진일보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의 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건강영향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이긴 하지만, 건강영향이나 몇 가지 생체지표만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건강영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많은 유해인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자칫하면 환경오염에 면죄부를 부여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취급하는 물질이 명확하고 농도도 높으며 노출되는 장소와 시간도 명확한 직업성 질환의 경우에도 원인물질과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란 쉽지 않다. 수은 중독으로 인한 대표적인 공해병으로 알려진 일본의 미나마타병도 1956년 발생확인 후 공해로 인정받는 데 무려 12년이 걸렸다. 당시의 과학 수준과 사회적 여건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물며 다양한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어떻겠는가. 극히 낮은 농도로 오랫동안 노출되었을 때 질환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환경매체의 노출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는 환경보건법의 근본취지인 사전주의 원칙에도 잘 부합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 안전을 위해 제정된 환경보건법 본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하기를 기대하며 격려를 보낸다.

박정임 KEI 책임연구원
2007-06-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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