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주역들은 지난달 초 협상이 종료된 뒤 미국측에서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흘러나오자 “재협상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의회와 ‘신통상정책’에 합의한 뒤 한국에 대해서도 노동과 환경부문의 추가 요구를 반영할 방침을 천명하자 재협상 불가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재협상’이 아닌 ‘추가협의’라는 등 말장난으로 재협상의 실체를 호도하려 하더니 “협상 균형을 건드리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어느새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이미 예견됐던 사안이다. 또 미국 의회로부터 한·미 FTA의 비준을 받아내려면 ‘신통상정책’의 요구조건을 무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장사꾼의 논리’‘이익 균형’ 운운하며 자화자찬했던 정부로서는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엄청난 부담인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달도 안 돼 말꼬리를 내릴 것을 온갖 수식어로 재협상의 실체에 덧칠하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는 미국측이 재협상 요구를 공식 통보하는 대로 국민에게 그 내용을 소상히 알리고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재협상이든 추가협의든 미국의 추가 요구에 맞대응할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이익 균형’을 끝까지 관철하라는 얘기다. 그래야만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극복할 수 있다.
2007-05-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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