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님비와 핌피/구본영 논설위원

[씨줄날줄] 님비와 핌피/구본영 논설위원

구본영 기자
입력 2007-05-29 00:00
수정 2007-05-29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주말 나들이 길에서 남한강 주변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랐다. 하남에서 양평, 여주로 이어지는 강변의 러브호텔과 펜션들도 아른거리는 물비늘과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였다.

우리네 국토가 좁아터진 탓일까. 매장이 오랜 전통임에도 묘지를 구하기도 이제 쉽지 않은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산야를 마구 헤집고 들어선 러브호텔들은 무엇인가. 망자들이 영면할 땅은 없어도 산자들의 ‘부적절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공간은 늘어나는, 기막힌 역설이다.

최근 ‘광역화장장 유치반대 대책위’가 경기 하남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체장의 부패 사례가 드러나면 주민 다수 의사로 소환하는 게 지방자치의 대의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번처럼 주민간 찬반의 대세가 가름되지 않은 정책을 빌미로 시민단체가 앞장서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것은 몹시 성급하다는 생각이다. 님비(Not in my back yard:‘내집 마당에는 안돼’)현상이 확산되면 공익을 위해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이전을 둘러싸고 이천과 청주, 원주, 구미 등 지자체들이 벌인 과열 유치경쟁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일자리 창출 등 경제논리에 따라 삭발투쟁까지 불사했다. 대표적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제발 내 마당으로’)현상이었다.

병아리 기자로 국회 예결위를 취재할 때의 얘기다. 자신들의 지역구에 다리나 도로를 놓는 예산 따내기에 골몰하던 선량들의 사례를 모아 비판적 기사를 썼다. 그런 케이스에 거명됐던 의원의 보좌관으로부터 뜻하지 않은 공치사를 들었다.“우리 영감이 서울신문을 구입해 지역구에 뿌려야겠다.”며 고마워한다고. 전국적으로 욕을 먹더라도 지역구민으로부터 칭찬을 들으면 된다는 발상에 기자는 혀를 찼었다.

님비든 핌피든 나라 전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기는 매한가지다. 자치단체들이 이런 지역이기주의와 포퓰리즘에만 매몰되면 피해자는 온국민이 될 게 아닌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2007-05-2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