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기자실 폐지에 항거하는 이유/박정현 기획탐사부장

[데스크시각] 기자실 폐지에 항거하는 이유/박정현 기획탐사부장

입력 2007-05-25 00:00
수정 2007-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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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지인들에게 ‘기자실 폐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대략 세 종류다. 어떤 이는 “정부의 발표기사만 쓰게 하겠다는 것은 공산주의식 발상”이라고 비난을 퍼부었고,“언론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레 꺼내는 이도 있었다. 잘 모르겠다는 무덤덤한 대답도 돌아왔다.

언론계가 기자실 폐지에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혹시 기자들이 오갈 데 없고 불편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나 않을까. 지인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까닭이 여기에 있었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이들은 아니나 다를까,“기자들이 불편해질 것”이라는 말꼬리를 달았다.

8월에 브리핑 룸이 통폐합되고 기자들의 직접 취재가 원천봉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민의 알 권리라는 거창한 헌법상 권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예로 들자. 경찰은 보복폭행 사건을 한달 넘게 쉬쉬하고 은폐했다. 재벌그룹 회장이 폭력배를 동원했고, 주먹질을 했다는 사실을 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보도했고, 온 국민이 알게 됐다. 기자실이 폐쇄되고 직접 취재가 불가능해지면 기자들은 경찰 발표만 써야 한다. 경찰이 감추려 들면 확인할 길이 없다.8월 이후에는 보복폭행 같은 일이 일어나도 국민들은 알기 어려워진다.

지난 연말에 인천의 한 백화점에 불이 났을 때 백화점 측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란 암구호 방송을 통해 고객들이 놀라지 않고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다음날 백화점의 거짓말, 언론의 오보로 판명났다.

백화점 측의 일방적인 설명에 언론과 국민이 놀아났다. 오보 소동은 언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보여준다. 언론이 오보를 하고 과잉보도를 하는 역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언론이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백화점 설명에 의문을 갖고 추적해 백화점 설명을 뒤엎고 진실을 보도하는 것도 언론이다.

정부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기 일쑤다. 예산 확보 방안도 세워놓지 않고 이런저런 큰 정책을 펴겠다고 일단 발표하고 본다. 언론이 따지고 들면 금방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드러난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감추려 한다. 그게 정부의 속성이다. 기자실이 없어지면 정부 발표가 거짓인지, 과대포장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 잘못된 일을 밝혀내고 고치는 일도 쉽지 않다.

비서동 출입을 제한당한 참여정부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춘추관 담장 너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참여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이런 행태가 한해에 160조원 이상을 쓰는 정부기관으로 확대된다. 자칫하면 공기업으로 확대될지 모를 판이다. 한양대 안동근 교수는 “밀실행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공무원이 기자와 만나고 나서 언제 누구와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보고서를 쓰게 하는 것은 기자와 만나지 말라고 겁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방침이 시행되면 취재가 위축되는 냉각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가 등장하면서 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내놓은 논리가 ‘언론사 난립’이었다. 통신·신문·방송을 통폐합했고, 저녁 9시 뉴스가 시작되면 전두환 대통령의 동정이 방송되는 ‘땡전 뉴스’가 나왔다. 참여정부는 언론의 취재방식을 합리화, 정상화해서 언론자유를 확장한다는 논리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안동근 교수는 “권력은 언제나 언론을 통제하려 든다.”고 말했다.

언론계가 기자실 폐쇄와 직접취재 봉쇄에 항거하는 이유는 ‘땡전 뉴스’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홍보 보도를 하지 않으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언론계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정현 기획탐사부장 jhpark@seoul.co.kr
2007-05-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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