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끊겼던 남북 철로가 오늘 이어진다. 한반도 허리에서 잘린 혈맥은 민족을 아프게 했고, 남한을 섬나라로 만들었다. 그동안 육로와 항공편으로 남북이 오가긴 했으나 철로 연결이 가지는 상징성에 미치지 못한다.56년만에 이뤄지는 이번 남북 철도운행은 아쉽게도 일회성이다. 그러나 뜨거운 피가 곧 영속적으로 흐를 것임을 믿는다.
정부가 우선 해야 할 일은 남북 철도의 정상운영이다. 북행 열차가 경의선은 개성까지, 동해선은 금강산까지 정기운행하도록 북측을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 소요자재와 생산물자, 그리고 금강산 관광객을 대량으로 실어나른다면 남북한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이를 위해 남북철도공동운영위원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동운영위를 통해 북측의 노후한 철도시설을 보수한 뒤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는 대역사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철도를 러시아·중국과 연결하기에 앞서 조건이 있다. 북핵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어야 한다. 철도 운행이 시작되면 막대한 현금이 북측에 들어간다.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를 비롯, 미국측 인사들은 남북관계와 6자회담이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평양당국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물론 한국으로서도 대륙과의 철도연결을 적극 추진하기 어렵다.
북한 외무성은 그제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을 옮기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자금송금이 실현되면 2·13 북핵 합의를 이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진정성을 믿고 쌀과 경공업 원자재 지원을 위한 남북경협기금 집행을 의결했다. 경협을 넘어, 평화체제가 조기에 구축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철마는 대륙까지 달려야 한다. 김정일 정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07-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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