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연필 깎는 맛/이용원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연필 깎는 맛/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4-20 00:00
수정 2007-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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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깎는 맛을 기억하십니까. 옛날 초등학생(그때는 국민학생이라고 했지요.) 때는 새 연필이 생기면 정말 기뻤습니다. 하루이틀 아까워서 쓰다듬기만 하다 드디어 그 몸에 칼을 대지요. 조심조심 칼질을 하면 ‘사각사각’ 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운이 좋아 향나무 연필이라도 생겨 깎다 보면, 소리와 더불어 향나무 향이 코끝을 맴돕니다. 참으로 행복했지요.

요즘도 가끔 연필을 칼로 깎습니다. 하지만 옛날처럼 부드럽게 맞장구치는 놈은 없습니다. 힘을 주어 칼날을 미는데도 놈들은 거세게 저항합니다. 그래서 막상 다 깎은 뒤에 보면 예쁜 녀석이 없습니다. 울퉁불퉁, 들쭉날쭉하지요. 그래도 연필깎이로 깎은, 정장 쫙 빼입은 것처럼 미끈한 연필보다는 더욱 정이 갑니다.

연필을 기계로 깎는 세상이기에 나무는 아마 질 떨어지는 걸 쓰는 모양입니다. 연필만 잘 써지면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직접 깎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연필도 있어야겠지요. 물론 향나무 연필이면 더욱 좋겠고요.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7-04-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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