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천사의 분노/우득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천사의 분노/우득정 논설위원

우득정 기자
입력 2007-03-29 00:00
수정 200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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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동창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던 날, 수십명의 고교 동기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연말 송년회 때보다 더 많이 왔단다. 모두들 ‘돈 많이 벌어라.’라는 수인사만 건넨 뒤 인근에 개업한 동창생의 식당으로 몰려갔다. 모두가 고교시절로 돌아가 소주잔을 바쁘게 돌리는데 누군가 ‘천사가 왔다.’고 외친다. 월급쟁이 중 가장 출세했다는 친구의 아내다.

천사는 40여명이 양렬로 나란히 앉은 좌석 끝까지 한걸음에 내닫더니 며칠전 승진한 고위 공직자에게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러곤 두손을 가슴에 모으며 입양아 유치원비를 지원해달라고 사정한다. 눈이 휘둥그레진 공직자에게 몇년전 갓 태어난 아들 둘을 차례로 입양하고 올 초 세살난 딸 하나를 입양했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동기 사회에서는 ‘천사’로 불린다는 말과 함께.

천사의 하소연은 계속된다.“돈 주며 낳아라 할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가 이 땅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해 줘야지요.”애원에 가깝지만 분노가 묻어있다. 저 분노가 입양아를 향한 사랑의 원천인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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