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존댓말/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존댓말/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입력 2007-03-20 00:00
수정 2007-03-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젊은 시절 잠깐 한 부서에 있던 때를 빼고는 각자 제 갈 길을 걸어오다 지난해 연말 인사때 함께 일하게 된 입사동기가 있다. 입사 무렵부터 근엄한 생김과 표정으로 ‘국장’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나이도 네살쯤 많아 대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당시 선배들은 동기끼리는 말을 놓으라고 명령하다시피 했다. 그게 이 사회의 법칙이라나. 선배들의 하늘같은 분부를 받들어 1년쯤 지난 어느날 이 동기에게 용기를 내어 “우리 이제 말 놓죠.”라고 말을 건넸다. 그럽시다, 하는 반응이 올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안돼!”라는 게 아닌가.‘대략 난감’이 아닐 수 없었다.

요 몇년새 입사한 후배들은 선배들이 동석한 자리가 아니라면 형, 오빠 같은 호칭을 쓴다. 불호령을 내리는 선배들도 없어졌지만 세대가 그렇단다. 남자끼리는 형이요, 남녀끼리는 오빠인 것이다. 사실 동기라는 사회적 관계를 떼어내면 엄연히 형이요, 오빠인 것을, 과거 신문사는 엄하지 않아도 될 곳에 엄했다. 그 ‘국장’동기와는 지금이야 말을 놓고 지낸다. 그렇지만 형뻘인지라 여전히 대하긴 쉽지않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07-03-2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