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HEU)을 갖고 있는지를 놓고 대북정책의 핵심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이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국정원과 미국 정부가 최소한 HEU프로그램이 북한에 존재한다고 파악하고 있는데도 유독 이재정 통일부 장관만은 “그 어떤 증거도 없다.”고 부인하는 형국이다.HEU프로그램의 존재 논란은 2002년 2차 북핵 위기를 촉발한 사안이다. 그 뒤로 HEU의 존재를 시사하는 숱한 정황들이 잇따랐고, 김만복 국정원장도 그제 국회에서 HEU프로그램이 북한에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공식 보고했다. 그런데도 대북정책 주무장관만은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관련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HEU프로그램 존재 논란은 단순히 부처간 정보 공유에 구멍이 났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안이다. 당장 6자회담 2·13합의, 즉 북핵 불능화(disabling) 조치의 범위를 결정짓는 관건이다.HEU를 놔둔 핵프로그램 폐쇄란 있을 수 없다. 송민순 외교부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말한 대로 반드시 2·13합의에 따라 폐기돼야 하고 엄정한 실사를 거쳐야 할 사안인 것이다.
남북관계 진전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어떤 관계발전도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해선 북핵 정세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나 합리적 정책 추진은 불가능하다. 이 장관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에 대한 열망 못지않게 북핵 현실을 냉정히 보려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2007-0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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