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한·미 정부의 조합/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한·미 정부의 조합/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07-02-10 00:00
수정 2007-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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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간의 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언제였을까.

한·미 양국의 외교관들에게 물어보면 ▲전두환·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김대중·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의 한·미관계가 좋았다고 평가한다. 반면 한·미 관계가 좋지 않았던 시절은 언제였을까. 역시 양국의 외교관들은 ▲박정희·지미 카터 대통령 ▲김영삼·클린턴 대통령 ▲김대중·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한·미 관계가 매우 껄끄러웠으며, 현재의 ▲노무현·부시 대통령 정부 사이의 관계도 좋지 못하다고 말한다.

한·미 관계가 좋았던 때를 돌아보면 양국 정부가 모두 보수적(전두환·레이건)이었거나 진보적(김대중·클린턴)이었던 시절이다. 반면 한·미 관계가 좋지 못했던 시절을 살펴보면 양국 정부의 이념적 성격이 엇갈렸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진보적인 김대중 정부의 경우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와는 잘 지냈지만 공화당의 부시 정부와는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역으로 클린턴 정부도 김대중 정부와는 사이가 좋았지만 보수적이던 김영삼 정부와는 역시 북한 핵 문제를 놓고 심각한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따라서 양국 정부의 ‘이념적 조합’이 두 나라의 기본적인 관계를 설정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한반도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한·미연구원(USKI) 원장은 “한·미 정부의 이념적 성격이 같으면 정책의 지향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미 정부의 이념적 조합이 양국 관계를 결정하는 유일한 요건은 아니다. 전두환·레이건 시절, 그리고 김대중·클린턴 시절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미 외교관은 “양국관계가 좋았다고 하는 시절에도 두 나라 정부 사이에는 크고작은 트러블이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한 외교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아칸소 주지사 시절 서울을 방문해 나름대로 ‘환대’를 받았던 경험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칸소 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한국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방한했던 클린턴 주지사는 청와대에 노태우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청와대는 미국의 작은 주에서 온 ‘풋내기’ 주지사를 만나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무부(현 외교통상부)측에서 “클린턴은 젊고 똑똑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니 만나주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해 면담이 성사됐다고 한다.

현재 양국은 본격적인 차기 대선전에 접어들었다. 올해 말 대선이 예정된 한국은 물론이고 내년 말에야 선거가 치러지는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후보들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그 경쟁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몇년간의 한·미관계가 달라질 것이다. 현재의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한국에는 보수정권이, 미국에는 진보정권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한·미관계의 기본틀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양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그리고 그들의 참모들이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싱턴과 서울의 전문가 그룹 사이에서는 양국에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한·미관계의 주요 보직을 담당할 수 있는 인사들끼리 교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양측에서 모두 진보적, 보수적 인사들이 골고루 참여하고 있다. 그런 모임은 활성화될수록 좋을 것 같다.

또 이념을 떠나서도 양국 정부간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양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끼리 한·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아직 열려있고, 세계 최대의 메트로폴리탄 지역을 ‘경영’하던 단체장들이 만날 수도 있다.

올해와 내년 선거 결과 어떤 조합이 이뤄지든 양국의 차기 정부에서는 우호적이고 발전적인 관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2007-02-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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