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생활의 중도/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생활의 중도/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12-25 00:00
수정 2006-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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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은 하지만 집착은 않습니다.” 골프를 그저 몰입해 즐긴단다. 점수에 신경쓰지 않고 공에 몰입할 뿐이란다. 작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집착한다고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골프도 자연이고 예술도 자연이다. 있는 그대로 즐긴다고 했다. 작품 주제도 ‘생활의 중도’다. 훌쩍 서울 떠나 16년째 제주에서 작업하는 이왈종 화백 얘기다.

사실 골프만큼 널뛰기가 심한 운동도 없다. 전날 스코어가 좋으면, 다음날 무너지기 십상이다. 잘해 보겠다고 다짐한 날은 더 안 된다. 집착, 과욕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를 멘탈 스포츠라고 하는 모양이다. 필자도 구력은 꽤 되지만 스코어는 별로다. 그나마 마음 편하게, 점수에 신경 쓰지 않은 날은 좀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난 일년을 되돌아 보면, 마음에 든 날은 몇 손가락에 꼽힌다. 늘 그 점수가 그 점수다. 집착도 않지만 몰입도 못하는 성격 탓이다. 때론 골프치(癡)가 아닌가 자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바꾼다. 골프에 목 맬 일 있느냐고.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운동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는 즐거움으로 위안 삼는다.

일상의 삶이라고 다를까. 집착하지 않고 중도를 지향하는 삶이 참 보기가 좋다. 하지만 어렵다. 불가에선 일찍부터 중도의 가르침을 전해왔다.‘마음은 세상의 한가운데 두지만, 그곳에 집착하지 말라.’(心不離世間,亦不住世間)고 했다. 나아가 ‘진리가 둘이 아님을 알지만, 그것에 빠지지 말라.’(了法無有二,無二亦不着)고 경계했다. 세상이 더 뾰족하고, 날카로워졌다. 곳곳에서 다툼과 갈등이 넘쳐난다. 모든 것의 중심에 나를 두려 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적기 때문일 것이다. 뉴라이트는 좌파 역사관을 공격했고, 진보 쪽에선 뉴라이트를 얼치기라고 비난한다. 화해상생마당이 탄생했지만 진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사학을 운영하는 목사님들은 성탄절을 앞두고 삭발을 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반대편에서 손가락질이다. 자신의 가치 구현에 대한 몰입보다는, 남을 배척하고 자기 것을 지키려는 집착이 강했던 탓이다.

비움과 여유, 바로 생활의 중도의 출발점이다. 비움, 여유는 따뜻하다. 중도, 중용의 삶을 한번 더 생각하는 세밑이 됐으면 한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6-1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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