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론스타의 오만/이창구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론스타의 오만/이창구 경제부 기자

입력 2006-11-09 00:00
수정 2006-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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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번 결정이 검찰의 우격다짐 전략에 종지부를 찍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수사가 마무리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법원이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구속 및 체포영장을 다시 기각하자 론스타는 8일 한국 홍보대행사를 통해 “검찰이 주도한 여론 압박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다시 한 번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일 검찰이 처음 영장을 청구했을 때 론스타는 “의도된 수사”라며 반발했고, 이틀 뒤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한국의 법체계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외환은행을 빨리 팔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나눠주고, 자신도 수익을 챙기려는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겨누어진 의혹에 대해서는 서너줄짜리 성명서로 한국 사법기관들의 판단을 재단하는 모습에서 글로벌 사모펀드의 오만이 느껴진다.

핵심은 2003년 외환은행이 어떻게 헐값으로 론스타로 넘어갔느냐이다. 보통 매매계약에서는 파는 사람이 사기치는 경우가 많다. 값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서다. 외환은행 매각은 반대였다. 불법 행위를 동원해 싸게 팔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론스타가 유일한 ‘구세주’였을지언정 사는 쪽은 가만히 있는데 파는 쪽이 배임까지 저지르며 무리하게 팔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 외환은행 전 경영진과 관료 등 매각을 주도한 쪽만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의 불법 행위는 입증하기 어렵고, 설령 입증하더라도 국제자본시장의 역학관계로 볼 때 2003년 매매계약을 원천 무효로 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외환위기를 거치며 허약해진 한국 금융시장을 교란시킨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자 세계기준에 맞는 금융시스템을 정립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론스타에 대한 의혹은 묻어 둔 채 수사가 끝난다면 외국자본에 ‘한국에서는 굳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도 있다. 금융체계가 허술해 돈을 벌기 쉽더니 법체계도 허술해 빠져나가기도 쉽다는 비아냥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이창구 경제부 기자 window2@seoul.co.kr
2006-11-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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