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들른 재래시장에서 늙은 호박 한 덩이를 보고는 군침부터 삼킨다. 손가락은 벌써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누르고 있다.“올해는 호박지 안 담그세요?” “김장철도 되기 전에 웬 호박지 타령이냐? 그리고 이젠 기운 없어서 호박 못 다룬다.” 아! 그렇지. 욕심 많은 아들은 어머니의 세월마저 자주 잊어버린다.
호박지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잘 익은 호박을 도톰하게 썬 뒤 무청·배추우거지와 황석어젓을 넣고 버무리는 황해도식 막김치를 호박지라고 한다. 한겨울에 잘 익은 호박지에 멸치나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황해도식 김치가 어떻게 충청도에 전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성장기에 그려진 겨울 기억 속에는 항상 호박지가 빠지지 않는다. 도시에 와서도 어머니는 매년 호박지를 담갔다. 그런데 세월 따라 어머니는 늙고, 며느리들은 호박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누구 손으로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가을이 깊어가면서 괜한 걱정에 한숨도 길어진다.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호박지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잘 익은 호박을 도톰하게 썬 뒤 무청·배추우거지와 황석어젓을 넣고 버무리는 황해도식 막김치를 호박지라고 한다. 한겨울에 잘 익은 호박지에 멸치나 돼지고기를 넣고 끓이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황해도식 김치가 어떻게 충청도에 전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성장기에 그려진 겨울 기억 속에는 항상 호박지가 빠지지 않는다. 도시에 와서도 어머니는 매년 호박지를 담갔다. 그런데 세월 따라 어머니는 늙고, 며느리들은 호박지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제 누구 손으로 그 맛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가을이 깊어가면서 괜한 걱정에 한숨도 길어진다.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2006-11-0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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