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잃어버린 고향/염주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잃어버린 고향/염주영 논설실장

입력 2006-10-21 00:00
수정 2006-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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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때마다 ‘귀양살이’는 어김없이 치러지는 연례행사였다. 방학 다음 날 짐을 싸 백리길이 넘는 내동 할아버지 댁으로 쫓겨갔다. 꼼짝없이 방학을 보내고 개학 전날 광주로 돌아오곤 했다.6남매중 서열 5위인 내가 기나긴 방학을 광주에서 머무는 특전을 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촌구석에서 방학을 보내는 것이 따분한 일이기는 해도 한편으론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내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들로, 산으로, 강으로 싸돌아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도시생활보다 추억거리도 많다. 내동에서의 귀양살이는 중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고교 진학 이후 왕래가 뜸해지면서 차츰 시골 친구들과도 멀어졌다. 얼마 전 한 친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자신이 나와 동갑이고 내동에서 이웃집에 살았다고 소개했다. 누굴까? 기억을 더듬어도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추석연휴에 성묘 갔다가 그 친구를 만났다. 아뿔싸! 그를 얼른 알아보지 못했다. 세월 탓인가. 내 기억 속의 고향이 흐릿하다.

염주영 논설실장 yeomjs@seoul.co.kr

2006-10-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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