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의 일차적인 목표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통해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 사회가 기대하는 언론의 역할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그 정보를 통해 시민들이 자신의 삶 혹은 전체 사회의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언론은 이러한 임파워먼트(empowerment) 과정을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문제를 개선하며 그 결과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언론은 문제의 진단을 넘어,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논의하고 시민들이 어떻게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주 서울신문의 보도를 평가해 보자.
19일자 1면의 ‘인터넷·게임중독 20만명, 치료 청소년은 200명뿐’이라는 기사는 시의적절하게 중요한 의제 설정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인터넷·게임 중독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적절한 치료나 상담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중독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문제 진단이었다. 그러나 3면에 이어진 기사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인터넷 중독과 치료 사례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했을 뿐, 상담과 치료 과정,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지원센터와 치료병원의 연락처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상담 및 치료 과정이나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락되어 있다(눈에 거의 띄지 않는 곳에 대표전화와 홈페이지 주소를 소개했으나 불충분했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개인적 수준의 대처 방안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다소 불만족스럽다. 학교 교육,PC방 등에 대한 정책 등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대응이 필요하고 가능할지 함께 제시되었더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더 훌륭한 숙의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19일자 24면 ‘한국 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심포지엄 보도를 통해 취재원의 협소함이나 편향적이고 선택적인 기사 작성 등 한국 언론 보도의 잘못된 관행들을 진단하고 있다.20일자 사설 ‘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자화상’은 더 나아가 신문의 권력화와 상업주의 문제 등까지 거론하며 언론의 위기라는 현실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나 오류를 지적하는 것에 그칠 경우 언론에 대한 불신감과 냉소감만 부추길 위험이 있다. 언론의 반성과 자기성찰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수순이기는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공허한 대안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취재원 다양성 부족이나 국가기관에의 과도한 의존, 정치 보도의 편향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일회적 진단 보도에 그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 기사 내에 숨겨진 마케팅 요소들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21일자 섹션신문 WE 9면 ‘딱, 내 스타일’은 인테리어와 피부 미용에 대한 기사를 담고 있는데, 특정 브랜드와 제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마치 기사광고(advertorial)와 같은 느낌을 준다.22일자 신문 15∼18면 등 총 네 면을 할애하여 사회공헌 우수기업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나,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들을 사회공헌 우수자들로 선정했는지 등 기획의 배경 설명이 충분치 않아 기업PR 공간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방송의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상기할 때, 자칫 마케팅 요소를 내재할 수 있는 보도에 대해서는 윤리적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19일자 1면의 ‘인터넷·게임중독 20만명, 치료 청소년은 200명뿐’이라는 기사는 시의적절하게 중요한 의제 설정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인터넷·게임 중독은 정신질환의 일종이며, 적절한 치료나 상담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중독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문제 진단이었다. 그러나 3면에 이어진 기사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인터넷 중독과 치료 사례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했을 뿐, 상담과 치료 과정, 그리고 그 효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분석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청소년지원센터와 치료병원의 연락처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상담 및 치료 과정이나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락되어 있다(눈에 거의 띄지 않는 곳에 대표전화와 홈페이지 주소를 소개했으나 불충분했다).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개인적 수준의 대처 방안에만 초점을 맞춘 것도 다소 불만족스럽다. 학교 교육,PC방 등에 대한 정책 등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대응이 필요하고 가능할지 함께 제시되었더라면 문제 해결을 위한 더 훌륭한 숙의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19일자 24면 ‘한국 언론보도 충격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한·미간 언론정보교류 심포지엄 보도를 통해 취재원의 협소함이나 편향적이고 선택적인 기사 작성 등 한국 언론 보도의 잘못된 관행들을 진단하고 있다.20일자 사설 ‘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자화상’은 더 나아가 신문의 권력화와 상업주의 문제 등까지 거론하며 언론의 위기라는 현실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언론의 잘못된 관행이나 오류를 지적하는 것에 그칠 경우 언론에 대한 불신감과 냉소감만 부추길 위험이 있다. 언론의 반성과 자기성찰은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번째 수순이기는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공허한 대안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취재원 다양성 부족이나 국가기관에의 과도한 의존, 정치 보도의 편향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 없이 일회적 진단 보도에 그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밖에 기사 내에 숨겨진 마케팅 요소들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21일자 섹션신문 WE 9면 ‘딱, 내 스타일’은 인테리어와 피부 미용에 대한 기사를 담고 있는데, 특정 브랜드와 제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마치 기사광고(advertorial)와 같은 느낌을 준다.22일자 신문 15∼18면 등 총 네 면을 할애하여 사회공헌 우수기업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나, 어떤 기준과 과정을 통해 해당 기업들을 사회공헌 우수자들로 선정했는지 등 기획의 배경 설명이 충분치 않아 기업PR 공간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방송의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상기할 때, 자칫 마케팅 요소를 내재할 수 있는 보도에 대해서는 윤리적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민영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6-09-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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