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풀무치의 귀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풀무치의 귀환/이용원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6-08-28 00:00
수정 2006-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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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가운데 메뚜기처럼 역사 기록에 자주 등장한 건 따로 없을 법하다. 가장 오래된 사서인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2대 왕인 남해 차차웅 재위 15년조 기사에 ‘서라벌에 가뭄이 들더니 7월 황(蝗=메뚜기)이 날아들어 백성이 굶주렸다. 창고를 열어 구제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6년 후 메뚜기 떼 피해는 다시 등장한다. 한 과학사학자가 역대 사서들을 연구해 보니 메뚜기 떼에 따른 피해 기록이 삼국시대에 36회, 고려 때 27회, 조선조에 62회 나왔다고 한다.

국내에는 방아깨비·벼메뚜기·콩중이·팥중이 등 다양한 메뚜기 종류가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해충으로 풀무치가 꼽힌다. 논에서 흔히 보이는, 벼 잎을 갉아먹는 벌레가 벼메뚜기여서 가장 해로울 것처럼 여겨지지만 진짜 무서운 건 풀무치이다. 풀무치는 메뚜기 가운데 가장 큰 종류로 암컷은 보통 6∼6.5㎝에 이른다. 인적이 드문 산간 벽지나 산소 주변의 풀밭에 살며, 점프력이 좋고 먼 거리를 날아가기에 채집하기가 쉽지 않은 상대이다.

풀무치가 무서운 건 떼를 이루었을 경우이다. 평상시에는 눈에 뜨이지 않다가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개체 수가 급속히 늘어나 무리를 짓는다. 이때에는 가슴·날개가 함께 커져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날아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황(蝗)’이나 펄 벅의 소설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 떼, 그리고 최근 몇 년 새 아프리카·호주 등지에서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준 메뚜기 떼가 바로 풀무치 종류이다.1881년 키프로스를 덮친 메뚜기 떼가 낳아 놓은 알덩어리를 모았더니 13t이나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가히 그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청계천 하류의 풀밭에 이달 초 풀무치가 나타났다고 한다. 풀무치는, 서울시가 관리대상으로 선정한 동식물 35종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곤충이었다는 뜻이다.2000년 난지도 일대에 대한 조사에서 발견돼 기쁨을 준 풀무치가 이번에 청계천변에 다시 등장한 것은 서울의 생태계 회복에 청신호를 밝혀 준 것이나 다름없다. 풀무치 뒤를 쫓아 청계천변을 뛰어다닐 아이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해충이던 풀무치가 이제 반가운 친구가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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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명희 서울시의원, 강북구 대한병원교차로 ‘좌회전 신호’ 체계 변경 예정지 현장답사

이용원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6-08-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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