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배너티 사이즈/문소영 정치부 기자

[女談餘談] 배너티 사이즈/문소영 정치부 기자

입력 2006-08-26 00:00
수정 2006-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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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너티 사이즈(Vanity Size). 번역하면 ‘허영 치수’ 정도가 되겠다.

5년 전쯤 미국 사는 동생을 만나러 간 길에 ‘2’ 사이즈의 바지를 샀다. 미국의 옷 치수는 0·2·4·6·8식으로 짝수로 올라가고 고도비만도 입을 수 있는 24사이즈도 나온다.2 사이즈는 한국에서 허리굵기가 25∼26인치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때 샀던 바지를 나잇살이 급격히 붙게 된 2년 전부터는 유감스럽게도 입지 못하게 됐다. 허벅지 단계부터 올라가지 못하는 바지를 부여잡고 아쉬워했던 기억이 새롭다.

지난해 미국으로 1년 기한의 연수를 떠났다. 경험상 ‘사이즈 2’에 언감생심 욕심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5년 전과 똑같은 브랜드의 ‘4’를 집었다. 그러나 쇼핑을 도와 주러 나온 동생은 “4는 크다.2를 입어봐라.0도 잘 맞을지도 모른다.”고 조언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요즘은 배너티 사이즈가 많아서 치수보다 옷 크기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10여년이 넘게 체류하고 있는 동생은 매년 몸무게가 늘었지만, 옷사이즈는 몇년 전부터 똑같다고 했다. 그래도 4를 입어봤다. 허리가 휘휘 돌아갔다.2를 입어도 사이즈가 남아 돌았다. 허리굵기가 2인치나 더 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배너티 사이즈란 기름진 음식이 차고 넘치는 미국에서 뚱뚱해졌지만 여전히 날씬한 몸매라고 믿고 싶어하는 여성의 허영심을 반영한 의류업체의 ‘상술’인 셈이다.‘배너티 사이즈’는 날로 건장해지는 여성에게 ‘나는 여전히 말랐다.’또는 ‘나는 아직도 괜찮은 몸매다.’는 안심과 위로를 안겨주는 것이다. 미국 의류업체의 일종의 속임수지만 소비자의 기분을 즐겁게 하는 만큼 용서해줄 마음자세가 된다.

귀국해 보니 한국에서의 배너티 사이즈는 의류업계가 야심만만하게 밀고 있는 ‘44’인 것 같다.44사이즈란 허리 굵기 24인치 안팎의 가냘픈 몸매여야 한다. 엄두도 안나지만 미국만큼이나 기름진 음식이 차고 넘치는 한국에서 그 사이즈에 맞출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의구심이 생긴다.20대 젊은 여성이나 청소년이 44사이즈 열풍에 맞춰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소영 정치부 기자 symun@seoul.co.kr
2006-08-2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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