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바다이야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에 대국민 사과를 주문했다.“도박성 게임이 전국에 퍼지도록 한 정책실패에 대해 정부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리해야 할 것이다.2년도 안돼 도박상품권이 30조원어치나 발행된 이 도박공화국의 현실 앞에서 정부는 국민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정책실패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만들고 지키고 심지어 보호한, 그리고 여기서 막대한 이권을 챙긴 비리구조가 본질이다. 사태가 터지고 제기되는 비리의혹들은 입을 못 다물 정도다.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청탁이 쏟아졌고, 돈과 연줄을 동원한 로비가 난무했다는 증언이 빗발친다. 직접 로비를 벌였다는 상품권업체 직원의 증언도 나왔다. 사행성 게임장의 폐해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고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사정당국, 정치권은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단속과 처벌도 시늉에 그쳤다. 그 사이 도박상품권은 하루에 700억원어치씩 찍혀 나왔고, 도박장만도 하루 30곳씩 늘어났다. 정부와 사정당국을 묶어놓고, 도박을 풀어놓은 그 무엇이 파문의 본질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지도부가 정부 사과부터 촉구한 것은 사태를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게 아닌지 의심케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실무 차원의 정책실패’ 식으로 언급한 것이나 한명숙 총리가 어제 문화부를 질책한 것 등도 이런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것이나 마약조직범죄수사부에 특수부 초임검사 4명을 투입하는 정도로 수사를 벌이는 것도 수사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사태의 방향을 유도하는 듯한 언급을 삼가야 한다. 비리의 흑막을 낱낱이 벗겨낸 뒤 그에 따라 처벌과 사과가 따라야 할 것이다.
2006-08-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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