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안보외교에 국방의 미래가 있다/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열린세상] 안보외교에 국방의 미래가 있다/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입력 2006-07-27 00:00
수정 200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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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격다짐 같은 북한 미사일 문제로 한반도에 다시 암운이 드리우고 동북아가 일대 파란을 겪고 있는 요즘, 국방의 문제를 다시 생각한다. 국방이란 나라를 지키는 일이다. 근대 국민국가가 등장한 이래 국방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의 가치로 존재해왔다. 국가들은 상비군 제도를 만들고 군사력을 갖추는 한편, 국방을 담당하는 기구를 정부 기관의 하나로 두어왔다. 싸워서 이기는 군사력과 정신력만을 갖추는 일이 주된 임무였던 국방에도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국방의 상당부분도 외교로 풀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군사와 외교는 어찌 보면 상반된 개념처럼 들린다. 외교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군사적 수단이 동원된다고 본다면 이 둘은 분명 상반된 개념이다. 적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투력만 잘 갖추면 되는 것이지, 무슨 외교가 필요하겠느냐는 항변도 있겠지만 이는 지나친 이분법적 인식이며 국방에 대한 협소한 개념에 불과하다. 국가의 안전은 군사력만으로 불가능하다.

국가를 둘러싼 국제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도모해가는 것도 국방의 영역이다. 군사력에 기반한 전투태세를 완비하는 것에 더하여, 국제적 영역에서 외교적 활동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확보하고 국방의 외연을 넓혀나가는 것이 새로운 국방 패러다임인 셈이다. 이러한 영역을 안보외교라 부를 수 있다. 현재 국방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군사외교라는 용어가 군사 당국자들간 교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 안보외교는 외교부와 국방부의 기능적 연결고리의 역할을 의미한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력이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한국이 안보외교를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국제정치 영역에서 한국의 안보능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이것에는 동맹외교도 포함된다. 한·미동맹의 질적 발전을 통해 한국의 안보를 확보하는 외교적 노력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하여 장차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주변국들과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들을 확대해 나가는 일도 안보외교의 영역이다.

둘째, 세계적 차원에서 군사력의 평화적 이용에 적극 참여하는 일이다. 평화유지활동(PKO)에 한국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국제적 평화구축과정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에 부과된 새로운 국제적 임무 중 하나다. 국제질서의 안정과 중재, 평화를 외교의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중진국형 외교를 실천할 수 있는 영역이 안보외교인 셈이다. 세계무대에서 이미 이러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국가들, 즉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들과 활발한 협력관계를 설정하고 적극 교류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재난 지역에서 군사력을 평화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안보와 관련된 다자대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안보외교의 영역이다. 국가의 안보란 반드시 자국의 군사력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국제환경으로부터 주어지기도 한다. 이것이 이른바 안보의 관계성이다. 다자안보회의를 통해 지역수준에서 군비통제를 선도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며, 세계적 차원의 군비통제 레짐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여전히 지속적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다자안보협의체를 만드는 일은 한국 안보에 필수적이다. 지역질서가 군사적 갈등으로 전개되면 우리는 또다시 희생물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선군정치, 강성대국론의 인식적 틀 속에 포로가 되어 마치 싸움닭처럼 행동하고 있는 북한과 같아서는 국방의 해법이 없다. 안으로 힘을 갖추면서도 밖으로는 안보환경 확보를 위해 부드러운 안보외교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국방의 미래는 안보외교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 교수
2006-07-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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