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화적위우(化敵爲友)/육철수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적위우(化敵爲友)/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6-07-22 00:00
업데이트 200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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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때 아프리카 기갑군단에는 피아간 신사도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전통이 있었다. 독일군과 영국군은 전투가 끝나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병들을 구해주었다. 당시 독일의 명장 로멜의 일화는 전쟁사에 회자된다. 그는 전투의 승리만큼 신사도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몸소 실천한 장군이었다. 영국군 야전병원에 식수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식수차에 백기를 꽂아 물을 공급했고, 영국군은 그 보답으로 위스키와 콘비프를 로멜에게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로멜은 당시 아군은 물론 적군으로부터도 대중적 인기가 대단했다. 영국의 처칠 총리는 로멜에 대해 “전쟁의 참상을 떠나 그는 위대한 장군”이라고 극찬했다. 영국의 전쟁사학자 리델하트는 적장 로멜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했고,2차 대전에 참전했던 영국의 퇴역병사들은 요즘도 독일을 방문하면 로멜의 묘지를 찾아 거수경례를 붙인다고 한다. 적을 감동시켜 친구로 만든(화적위우,化敵爲友) 로멜의 일화는 오늘날 개인·조직·국가간 관계에서도 소중한 교훈임에 틀림없다.

마침, 방미 중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의 궈보슝(郭佰雄) 부주석이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에게 그의 절친한 옛 친구의 소식을 전해줘 감동을 샀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럼즈펠드의 친구 제임스 딘 해군대위는 1956년 8월 동중국해에서 첩보수집차 비행중 중국군에 피격돼 동료 14명과 함께 사망했다. 그런데 궈 부주석이 바로 딘 대위의 유해와 관련된 자료를 럼즈펠드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럼즈펠드는 반가움을 이기지 못했고, 덕분에 미·중 공동 수색·구조 훈련은 손쉽게 성사됐다고 한다. 실로 ‘화적위우’라 일컬을 만한 외교수완이다.

화적위우는 손자병법에서 상책으로 여기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부전이굴, 不戰而屈)보다 몇수 위의 전략이다. 적을 이기기도 쉽지 않은데 친구로 만들기가 보통 어려운가. 그건 그렇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어떻게든 ‘친구’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에 6자회담 불참과 미사일 발사, 이산가족상봉 중단으로 맞서는 북한의 속내는 도통 알 수가 없다. 아직도 ‘감동´이 부족한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7-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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