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연성 필요한 경제 양극화대책/ 박중구 서울산업대 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유연성 필요한 경제 양극화대책/ 박중구 서울산업대 경제학 교수

입력 2006-07-20 00:00
수정 2006-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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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현재 한국경제의 최대과제가 양극화의 해소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대응책은 미흡하고 오히려 갈등을 초래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사상적, 사회적 양극화로 악화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최근 경제양극화의 원인에 대하여 과거 1970,80년대 불균형성장론에 책임을 돌리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사상적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관한 이론과 세계적 경험의 결과는 경제성장 초기단계에서는 불균형성장론과 균형성장론이 국가별 정책적 선택사항이지만, 경제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불균형성장론을 벗어나 균형성장론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규모, 즉 세계 10위권 이내의 생산규모와 국제수지의 흑자, 외환보유액 등으로 보아, 불균형성장정책에서 균형성장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지나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균형성장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누적되어온 불균형적 요소들, 예를 들어 소득계층간, 지방자치단체간, 대기업-중소기업간, 조립산업과 부품·소재산업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균형성장정책의 추진이 오히려 경제부문간 균형성장이 아니라 불균형 심화,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균형성장정책의 동태적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지 않은 채 불균형의 해소에 급급한 나머지 분배전략에 치중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분배전략에서도 소득분배, 자원분배, 산업구조의 효율성에 대한 고려없이 평균적 분배를 위한 나눠주기식의 해체주의적 정책이 난무하였다.

해체주의적 정책기조에 대한 방증의 하나가 현재 양극화에 대해서 과거 경제성장과정에서 추진된 불균형성장정책의 결과라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양극화는 과거 정권의 불균형성장정책에서 초래되었지, 현 정권의 책임이 아니라고, 마치 과거사 정리하듯이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경제성장 초기에 불균형성장정책이 정책적 선택이었다면, 지금의 균형성장정책도 정책적 선택이며 초래된 양극화는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양극화가 초래되었다면 정책 선택자들이 책임을 지고, 수정하여야 할 부분은 시간을 놓치지 말고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책임을 지지 않고 다른 원인, 특히 과거에서 원인을 찾는 시도가 오히려 갈등의 불씨를 지피고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양극화에 대한 해법 추구가 사상적, 사회적 갈등구조로 악순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경제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정책을 변화시키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양극화와 해체 현상을 단숨에 해결하고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시도는 문제를 더욱 어렵게 꼬아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양쪽, 즉 앞선 부분과 뒤떨어진 부분을 평균적으로 나누어서 같게 함으로써 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평균적 분배주의를 통해 양극화가 부분적으로 극복되더라도 ‘도토리 키재기식’의 다극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체가 양극화를 초래하였듯이, 평균주의와 분배주의가 또 다른 발전에 대한 애로요인을 잉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 양극화를 어떤 방향으로 극복할지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볼 필요가 있다. 양극화된 산맥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것과 잘되는 부분은 더 잘되면서 허리가 잘려나간 듯이 줄어들었던 중간부분에 살이 찌고 잘되지 못했던 부분까지 온기가 미치는 산맥을 비교해 보기로 하자.

해체주의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데리다가 2004년 사망하였을 때, 그에 대한 세계 철학계의 칭찬뿐만 아니라 ‘해체 이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까지를 모두 묻고 새로운 통합에 대한 비전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 괜한 공상에 불과하고 시기상조였을까? 양극화의 해소를 위한 큰 틀을 마련하는 데 국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박중구 서울산업대 경제학 교수
2006-07-2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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