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좋은 날 자꾸 울면 돼?”28년의 세월이 지나 마흔다섯이 됐지만 막내아들 영남은 여든을 넘긴 노모 앞에서 여전히 17살 소년이었다. 가슴 찢기는 삶을 살았던 노모는 한동안 “아유, 아유”란 비명에 가까운 말밖에 쏟아놓질 못했다.
하지만 지난 19일부터 2주일간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영남씨 가족의 ‘28년’은 나머지 가족들이 삼켜야 한 세월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상봉한 394가족 태반이 55년,56년 만에 피붙이들을 만났다.
“어머니는 정말 아버지를 사랑했어요. 결혼 후 4년 동안 아버지가 주신 사랑을 잊지 못해서…. 사진을 꺼내놓고 그렇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제가 이 나이 되도록 봐왔거든요. 이렇게 또 헤어져야 하다니….”
금강산에서 지난주 만난 57세의 딸은 “엄마나 저처럼 맘놓고 울지도 못하는 아버지가 가슴아파 죽겠다.”고 했다.2시간의 작별상봉 시간. 딸은 돌배기 때 헤어진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주름 가득한 손을 자신의 얼굴에 비벼댔다. 남편의 손만 마냥 잡고 울던 할머니는 “이제서라도 무릎에 앉아보자.”며 남편 무릎에 올라 안겼다. 다시 기약없는 생이별을 눈앞에 둔 여든살 할머니의 절박함이었다.
‘꿀꺽’ 울음 덩어리를 삼키던 북녘 할아버지의 애처로운 눈길이 기자의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56년만의 상봉에서 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2박 3일 정해진 두세시간 만났다 헤어지고, 함께 나들이 한번 하더니 버스에 태워 사라지는 ‘잔인한’ 상봉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어렵사리 상봉하는 게 어디냐는 게 남북의 현주소다.
지난 2000년 치러진 이산상봉 행사에서 기자들은 반세기만의 재회라고 표현했다. 내년이면 57년, 몇년 후면 60년만의 만남이 된다. 최근 상봉에서 점점 부모자식간, 배우자간 상봉수는 줄어들고 있다. 상봉을 신청한 12만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고령자들이 속속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영남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납북’이 아니라 ‘돌발 입북’이란 당혹스러운 논리를 내세웠다. 누가 봐도 뻔한 그 억지 주장에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북측은 이산상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60년,65년만의 상봉이란 표현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김수정 정치부 차장급 crystal@seoul.co.kr
하지만 지난 19일부터 2주일간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영남씨 가족의 ‘28년’은 나머지 가족들이 삼켜야 한 세월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상봉한 394가족 태반이 55년,56년 만에 피붙이들을 만났다.
“어머니는 정말 아버지를 사랑했어요. 결혼 후 4년 동안 아버지가 주신 사랑을 잊지 못해서…. 사진을 꺼내놓고 그렇게 그리워하는 모습을 제가 이 나이 되도록 봐왔거든요. 이렇게 또 헤어져야 하다니….”
금강산에서 지난주 만난 57세의 딸은 “엄마나 저처럼 맘놓고 울지도 못하는 아버지가 가슴아파 죽겠다.”고 했다.2시간의 작별상봉 시간. 딸은 돌배기 때 헤어진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주름 가득한 손을 자신의 얼굴에 비벼댔다. 남편의 손만 마냥 잡고 울던 할머니는 “이제서라도 무릎에 앉아보자.”며 남편 무릎에 올라 안겼다. 다시 기약없는 생이별을 눈앞에 둔 여든살 할머니의 절박함이었다.
‘꿀꺽’ 울음 덩어리를 삼키던 북녘 할아버지의 애처로운 눈길이 기자의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56년만의 상봉에서 하룻밤이라도 함께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2박 3일 정해진 두세시간 만났다 헤어지고, 함께 나들이 한번 하더니 버스에 태워 사라지는 ‘잔인한’ 상봉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어렵사리 상봉하는 게 어디냐는 게 남북의 현주소다.
지난 2000년 치러진 이산상봉 행사에서 기자들은 반세기만의 재회라고 표현했다. 내년이면 57년, 몇년 후면 60년만의 만남이 된다. 최근 상봉에서 점점 부모자식간, 배우자간 상봉수는 줄어들고 있다. 상봉을 신청한 12만명의 이산가족 가운데 고령자들이 속속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영남씨의 기자회견을 통해 ‘납북’이 아니라 ‘돌발 입북’이란 당혹스러운 논리를 내세웠다. 누가 봐도 뻔한 그 억지 주장에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북측은 이산상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60년,65년만의 상봉이란 표현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김수정 정치부 차장급 crystal@seoul.co.kr
2006-07-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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