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역복지협의체,활성화되고 있나/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열린세상] 지역복지협의체,활성화되고 있나/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입력 2006-06-15 00:00
수정 2006-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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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울주군의 지역복지대회에 다녀왔다. 울주군과 시설, 지역주민대표들이 참여하여 당면 복지과제와 발전방향, 이를 위한 지역복지협의체의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자리이다. 울주군은 전국의 군 단위 자치체로서는 유일하게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복지사무소 시범사업에 참여한 곳이라서 복지사업에 대한 군수 이하 간부들과 복지전담공무원들의 자세가 남달랐다. 다른 군 단위 지자체가 시범사업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까지 관성적으로 해왔던 복지 관련 업무를 고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일에 매달려야 하고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엄창섭 군수 이하 관계자들의 용기에 격려를 보내고 싶다.

이날 대회에서 필자는 지역복지협의체가 대부분 과거의 지역복지협의회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지역복지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는 복지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태도변화, 지역복지시설 대표와 전문가들의 자세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복지협의체의 위원이 과거의 지역복지협의회 위원과 대부분 비슷하고, 자치단체장이 바뀐 지역에서만 일부 교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2005년부터 시작된 지방분권화작업으로 지역복지협의체가 법적으로 해야 될 일은 매우 중요해졌다. 가장 중요한 일은 지역복지계획을 지역복지협의체가 실제적으로 준비하고 계획을 짜서 집행하고 또 평가하는 일이다. 이 계획의 구체적 실현성을 위해 지역이 복지수요와 욕구, 복지자원 등 복지와 보건, 고용 등 제반 복지관련 데이터를 조사하고 중요현안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전국 대부분의 지역복지협의체가 변화된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첫째 이유는 사회복지사업법으로 지역복지협의체의 역할과 임무를 보장해 주고 있는데도 대개의 위원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고, 위원들의 대표성과 회의의 민주적 운영에 애매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울주군처럼 지역복지협의체의 활성화를 위한 토론을 거쳐 정확한 인식을 갖게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복지부 차원에서 위원인선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지침으로 통일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둘째로 지역복지협의체에서 지역주민의 기대가 대개 지역복지계획수립에 있는데, 이 계획수립이 아직도 계획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치단체장 선거 시기에 나왔던 선거구호나 선전과 비슷하다.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복지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1∼2년 전부터 복지 데이터 확보를 강조하자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역대학에 2000만∼3000만원의 연구용역을 의뢰해 복지 데이터와 복지계획을 작성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자기 지역에 맞는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한 복지계획이 수립되려면 지역주민의 생활실태조사는 물론이고 실업자와 비정규직, 만성질환자별 통계 등 필수적인 요소들이 파악돼야 하는데 그런 통계자료를 갖고 있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정확한 정보의 공유가 없는 막연한 욕구조사는 지역복지발전을 거꾸로 왜곡시킬 위험성도 갖게 된다.

따라서 지역복지협의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 즉 여러 부처로 나눠져 있는 복지관련 업무의 통합과 일원화, 지역복지협의체 위원의 대표성과 운영의 민주성을 보장할 수 있는 지침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지역의 경우 대형건물 신축 등 전시성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욕구를 정확하게 조사하고 그에 기초한 장단기 계획수립 과정에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의 실질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관의 들러리가 아니라 지역복지의 주체로서 민·관 협력과정이 중요하다.

울주군의 경우 민간위원장의 자세가 적극적이고 공정한 인물이므로 이같은 문제점을 잘 극복하여 군 단위 지자체에 가장 모범적인 지역복지협의체 운영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울주군 지역복지 관련 여러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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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복 전 보건복지부장관
2006-06-1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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