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지방의원 고액연봉 제동 건 民意/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지방의원 고액연봉 제동 건 民意/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06-04-29 00:00
수정 2006-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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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 간 서울시 A구청 의정비심의위원회를 들여다봤다.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에 맞춰 실제 의원 연봉이 어떤 논의를 거쳐 책정되는지 직접 심의위원으로 참여해 살펴본 것이다. 심의위는 법에 따라 교수와 변호사, 회계사,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지역주민 10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첫날 회의부터 연봉 수준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일한 만큼만 줘야 한다는 ‘대가론’과 유능한 인력 충원을 위해 더 줘야 한다는 ‘유인론’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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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호 논설위원
진경호 논설위원
논란은 구청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예산현황과 의정실적 등 수십가지 기초자료들을 분석하면서부터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지난 3대 구의회 4년 동안 한번에 수천만원이 드는 해외시찰을 한 해 두 차례씩 8차례나 다녀왔건만 구의원들은 변변한 보고서조차 내놓지 않았다. 같은 기간 제·개정된 134개 조례 가운데 의원발의는 18건,13.4%에 불과했다. 문화체육센터 건립비용을 줄이고 대신 구의회 본회의장 보수비용을 늘린 사실도 드러났다. 고액연봉 주장은 쑥 들어갔다. 대신 “지금까지 받은 의정수당 2120만원도 많다.”며 더 깎자는 주장이 제기되기까지 했다. 결국 몇차례 회의 끝에 A구의원 의정비는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선에서 결정됐다.

A구의회의 사례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난 27일까지 전국 250곳의 지방의회 가운데 212곳이 의정비를 결정했다.16개 시·도를 뺀 196개 기초의회의 평균 연봉은 2709만원에 머물렀다. 연봉을 3000만원 미만으로 책정한 곳이 무려 153곳에 이른다. 심지어 충북 증평과 충남 태안은 종전 명예직 신분으로 받던 의정수당 2120만원을 깎기까지 했다. 서울의 남은 21개 자치구의 의정비가 조만간 결정돼도 전국 평균연봉은 3000만원을 밑돌 전망이다. 광역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턱없이 많은 서울시의회 6804만원을 포함해도 16개 시·도 평균액이 4683만원에 머물렀다.

올초 여야 정치권은 90%에 육박하는 반대여론에도 불구, 지방의원 유급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연봉 높이기에 열을 올렸다. 지방의회 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지방토착세력의 환심을 얻어 당 조직력을 높이려는 이유가 컸다. 지방의원 대표모임격인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한술 더 떠 광역의원 7833만원, 기초의원 6782만원을 주장하며 바람을 잡았다. 단체장 모임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광역 4279만원, 기초 3498만원을 제시하며 끌려갔다. 몇몇 행정학자들은 외국사례까지 들어가며 이에 동조했다. 언론 역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들 주장을 여과없이 보도, 한때 광역의원 6000만원, 기초의원 4000만원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의 눈은 냉정하고 매서웠다. 의정비심의위에 참여한 주민대표들이 이들 중앙 및 지방 정치권의 일방적인 연봉 띄우기에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정비를 2226만원으로 결정한 전남 순천시 의정비심의위 회의록에는 정치권에 대한 주민들의 통렬한 비판이 잘 드러나 있다.“지방의회에 우수인력이 충원되지 않는 것은 연봉이 적어서가 아니라 선거제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 논문을 베껴 고액연봉을 주장하는 교수들이 더 문제다.” 주민소환제 도입 등 상응한 의정활동감시체계 확충을 강조하며 연봉을 이와 연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정치권이 아직도 국민들을 제대로 갈파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국민들은 우리 정치의 수준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음을 새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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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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