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총무원장이 추기경을 만났을 때/김성호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총무원장이 추기경을 만났을 때/김성호 문화부 부장급

입력 2006-04-28 00:00
수정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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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종교계 수장들의 의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성북동 ‘성가정 입양원’을 방문, 지원금을 전달했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지관 총무원장을 반갑게 맞은 것이다. 종교계 수장들이 나란히 앉은 모습을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더해 두 수장의 화제가 ‘종교간 대화’였으니 예사롭지 않다.

올해 부활절과 부처님오신날 언저리에서 종교간 화해가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제가 ‘생명과 화해’였던 데 이어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각 불교 종단 대표들이 낸 법어에 화해가 단골로 낀다.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의 법어는 그중에서도 놀랄 만한 것이다.“번뇌 속에 푸른 눈을 여는 이는 부처를 볼 것이요, 사랑 속에 구원을 깨닫는 이는 예수를 볼 것입니다.” 불교계 큰 어른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어에서 예수를 거론한 것이다. 종교계에 남을 화해의 법어가 아닐 수 없다. 이에 화답하듯 정진석 추기경은 조계종 총무원에 전달한 ‘불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금도 끊임없는 분쟁, 증오와 대립,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하심을 닮고 모든 종교의 근본 가르침인 사랑을 실천할 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종교간 대화를 강조했다. 오는 7월 1만여명의 세계 감리교인들이 참가해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감리교대회의 큰 주제 역시 종교간 화해다.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한국교수불자연합회는 다음달 19일 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종교간 화합을 놓고 공동학술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종교계에 불고 있는 화해의 바람(?)에서 잠깐 비켜서 속내를 들여다보면 화해일색만은 아니다. 우선 개신교 사상 처음으로 보수쪽 한기총과 진보쪽 KNCC가 공동주최한 지난 부활절 연합예배만 하더라도 아쉬움이 크다. 연합예배의 자리였지만 한기총과 KNCC 두 단체를 뺀 천주교며 여타 기독교 단체들이 빠졌다. 기독교 전체를 아우르는 행사로 치른다는 기대가 또 불발로 끝난 것이다. 해마다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연맹과 남한 교회들은 공동기도문을 채택해 봉독한다. 북한의 교회마저 동참하는데 왜 부활절 예배며 미사에 가톨릭과 개신교 단체들은 한자리에 모이지 않을까. 부처님오신날도 사정은 마찬가지. 석탄일마다 북한 불교도연맹과 조계종은 번번이 공동발원문을 봉독하지만 남한의 불교 종단들이 모두 참여하는 발원문 같은 것을 마련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얼마전 국내 개신교 가운데 가장 교세가 크다는 교단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10여년전 ‘교회 밖(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는 소신을 펴다가 이단으로 몰려 출교당한 교역자의 복권을 묻자 교단 대표들은 한결같이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지. 교단 내부에서조차 열린 마음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에서 종교간 화해를 기대하는 게 무리일 것도 같다.

말로만의 화해가 아니라 실천하는 화해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최근 세계 각국의 종교 성지를 함께 순례하고 돌아온 원불교·불교·천주교 여성 교역자들의 모임인 삼소회의 한 멤버가 이런 얘기를 했다.“3개 종단 여성 교역자들만의 만남과 대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남성들, 모든 종교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사실상 한국 종교 대표들의 만남은 1970년대 초반부터 있어왔다. 종단 대표들의 모임인 종교지도자협의회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종교간 대화와 화해에 있어선 이렇다 할 흔적이 없다. 물론 한국만큼 종교간 분란없이 공존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종교간은 차치하고라도 종단, 교단간의 교류조차 일천하기 짝이 없다.27일 총무원장과 추기경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구두선이 아닌 종교계 전체의 실천적 만남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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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문화부 부장급 kimus@seoul.co.kr

2006-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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