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어찌 되었나/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소장

[기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어찌 되었나/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소장

입력 2006-04-07 00:00
수정 200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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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한 국내 대학에서 일본학을 강의하는 일본인 교수가 우리의 독도 연구수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독도와 관련된 한국 측의 모호함이 일본이 우길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는 정밀한 연구는 하지 않은 채 주장만 한다는 지적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의 한 어린 유학생이 중국의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 석굴암을 일본 불상으로 잘못 표기한 것을 바로잡았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이 교과서에서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석굴암의 오류가 아니다. 세계 각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이 교과서에서 한국은 전혀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일본과 중국에 의한 역사 왜곡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의 교과서 왜곡이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역사왜곡의 시작도 전부도 아니다. 그것은 오랜 역사 왜곡 드라마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것이 드라마의 마지막인지 클라이맥스인지 아니면 클라이맥스의 전단계인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 흐름으로 보아 드라마의 마지막 부분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리 짜여진 각본이 없는 드라마이기에 지켜보는 것이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쓰고, 그들이 주연이고, 그곳이 무대이기도 한 이 드라마를 우리는 계속 지켜보고 흥분만 할 것인가.

중국을 둘러싼 주변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중국 문화에 예속된 것으로 보는 중화사관의 뿌리 깊음이나 세계적 영향력은 굳이 설명을 요하지 않는다. 아직도 세계 많은 나라 교과서나 역사 서적에서 한국의 전근대 역사는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었던 것으로 과장되어 묘사되고 있다. 일본에 의한 역사왜곡도 식민지 강점 준비기였던 19세기 말에 이미 시작되었다.

탈아론을 내세운 후쿠자와 유키치가 1885년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부터 아시아의 나쁜 친구를 거절해야 한다.”고 외친 이후 일본은 아시아를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주체적 개화에 실패한 한국은 무시 대상의 첫 번째이다. 아시아에 대한 무시의 핵심에 아시아 역사에 대한 자의적 해석, 일본 중심 해석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단순한 호칭이나 교과서 표현이 아니라 뿌리 깊은 중화주의 사관과 일본식 역사인식 그 자체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길게는 수세기 적어도 1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역사 왜곡이기에 하루아침에 바로잡힐 리 만무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삐뚤어진 사관을 바로잡는 데는 앞으로 1세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독도, 동해, 임나일본부설, 군대위안부, 고구려사와 같은 몇몇 사례의 시정에 매달리기보다는 좀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동북아역사재단 설립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2004년의 중국 동북공정 파문, 그리고 지난해에 다시 불거진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파동 속에서 대안으로 제시되어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기대감을 갖게 했던 것이 동북아역사재단이었다. 그러나 출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동북아 역사재단은 어찌되었는가. 지난 1년간 주변국으로부터의 반복되는 역사 모욕을 감내해 온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정치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 소장
2006-04-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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