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에 대한 검찰 수사 방향이 비자금에서 경영권 승계 과정 쪽으로 급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그제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어제는 윈앤윈21 등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정 사장이 곧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현대ㆍ기아차그룹,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등에서 가져온 압수수색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자금과 별건의 혐의 단서가 발견돼 정 사장을 수사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이번 수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찰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불법을 저지른 혐의가 드러났다면 이젠 과감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자세로 수사를 진행해 조기에 종결하는 것이 기업인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길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사항이라면 더욱 그렇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수년간 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룹 차원에서 오너 일가의 2세들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 주어 기업가치를 높인 뒤 그 주식을 처분해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물류회사인 글로비스와 자동차용 전기·전자부품을 만드는 오토넷 등이 이 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시장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같은 행태는 경영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국내 2위의 대그룹으로 성장했으며, 세계 3대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진정한 강자가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그룹내부의 경영행태와 경영권의 승계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2006-04-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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