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교사에게 폭언·협박하고 심지어 아이들 앞에서 손찌검하는 추태가 교육현장에서 여전하다니 서글픈 일이다. 까닭이야 있겠지만 신성한 배움터에서 이런 비교육적·비이성적인 불상사가 반복되는 것은 안타깝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밝힌 지난해의 교권침해 사례를 보면 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음악 선생님이 무섭다.”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학부모가 다짜고짜 음악교사의 뺨을 때렸다는 사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교육현장이 어쩌다 이토록 황폐화하는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교권침해 가운데 담임 교체 요구, 무고(誣告)성 진정서 제출, 고소 등은 약과라고 한다. 학부모의 부당한 폭언·폭행·협박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은 학교와 가정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해서 씁쓸하기만 하다. 특히 여교사에 대한 교권침해 행위의 절반 가까이가 학부모의 완력에 의한 부당행위였다고 한다. 가뜩이나 각급 학교에서는 여교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물리력이 취약한 여교사에게 학부모와 학생의 폭력·폭언 등이 확산된다면 학교는 그 존립마저 위태롭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물론 우리는 이같은 교권침해가 드문 일일 뿐, 만연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아무리 교육 수요자의 권리가 강해졌다지만 교사의 교육적 현장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는 교육의 3대 주체다. 이들이 존경과 사랑과 신뢰로 끈끈하게 맺어져야 우리 교육의 미래는 밝다고 하겠다. 교육의 한 축인 교권이 무너져내린 곳에서는 미래의 인재 육성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2006-03-1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