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보공개법’ 위에 군림하는 국회

[사설] ‘정보공개법’ 위에 군림하는 국회

입력 2006-03-08 00:00
수정 200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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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지난해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집행현황과 영수증 사본을 공개해달라는 서울신문의 청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공개 거부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거나 ‘기자가 사실을 왜곡 보도할 것이다.’라는 등 상식 이하의 이유를 들어 세부내역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겨우 공개한 내용도 가관이다. 국회의원 이름과 영수증 내용은 뺀 채 “1번 4632만원…295번 348만 860원”하는 식이었다니 국회가 앞장서 법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가 지난해 여야 국회의원 295명에게 정책개발비라는 명목으로 94억여원을 나눠줄 때도 지정된 용도로 집행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청문회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만큼 국회의 예산집행 행태가 후진적이라는 뜻이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예산 및 결산을 심의하는 국회로서는 먼저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남에게는 촘촘한 눈금을 들이대면서 자신은 적당히 덮고 넘어가는 것이 국민에게 각인된 우리 국회의 현주소다.

공공기관 정보공개법 1조는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정운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공공기관의 정보를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공개된 정보를 통해 국민의 혈세를 엉뚱한 용도로 집행한 국회의원이 드러난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국회 사무처는 뒷전에서 수군거리면서도 정작 국회의원들의 치부가 공개되는 것에는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감세냐, 증세냐’하는 논쟁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정치권이 먼저 자신들의 씀씀이부터 검증받아야 한다.

2006-03-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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