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지금까지 FTA가 체결된 칠레나 싱가포르와는 달리 세계 최대의 경제권인 미국과의 FTA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좋든 싫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혜부문 못지않게 피해부문의 충격도 훨씬 더 광범위하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신속협상권(TPA)이 내년 6월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초까지는 타결여부가 판가름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질질 끌려다녀선 안 된다고 본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FTA를 전략적·경제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라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한·미 FTA를 교역규모나 국민소득, 일자리 증가량 등 경제적인 수치로 따지는 것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한·미동맹 강화니 안보불안 해소니 하는 식의 해석도 ‘미국식 시각’의 성격이 짙다. 오히려 ‘세계는 지금 FTA전쟁 중’이라는 생존법칙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는 것이 옳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미 FTA가 독이 되느냐, 약이 되느냐는 우리가 협상하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이나 일부 서비스산업의 반발이 지자체선거, 대선 등 정치일정과 맞물려 반미감정으로 증폭되면 우리는 FTA의 독잔을 마시는 꼴이 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FTA 체결에 따른 피해부문의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 가칭 ‘무역조정지원법’의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취약부문의 소득 감소를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이끌려면 법 제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특히 협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공감대를 넓히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06-02-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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